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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3팀장]
피해자 234명 '목사방' 총책 김녹완 검거
전국 60개 사건 이송받아 집중 수사 착수
텔레그램 수사 협조 받아낸 국내 첫 사례
"절대 피해자 잘못 아냐, 믿고 신고해달라"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사무실 앞에서 조승노 3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그놈'을 쫓은 지 서너 달쯤 지난 작년 여름. 그간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일상 사진 속 음식과 가구, 집 안 구조 등을 단서로 삼아 발품을 판 덕에 드디어 주거지 특정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구 구성원을 조회해 봤더니 남성이 없었다.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 주소지였다.
알고 보니 김녹완(33)이 촬영한 줄 알았던 사진들이 모두 그 피해자가 찍은 것이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만난 조승노 사이버수사2대 3팀장이 일명 '목사방' 수사의 최대 고비로 꼽은 장면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허탈했죠. 근데 못 잡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실제로 조 팀장과 팀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 사건을 인지한 2023년 11월부터 약 1년 3개월간 '목사방'의 실체를 추적한 끝에 우두머리 김녹완과 조직원 13명을 일망타진했다.

'박사방' 수사 경험 살려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사무실에서 조승노 사이버수사2대 3팀장이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김녹완은 '자경단'이라는 범죄 조직의 수장인 '목사'로 활동하면서 약 5년간 남녀 234명을 성착취하고 일부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로 지난 8일 이름 나이 사진 등 신상이 공개된 인물이다. 피해자 234명 중 미성년자도 159명이나 된다. 규모나 죄질 면에서 '역대 최악의 성착취 사건'으로 꼽힌다. 수사는 일선 경찰서에 들어온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피해자 신고로 시작됐다. 특이한 건 피해자 본인은 물론 직장, 가족들에게까지 '동시다발적인 협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2020년 '박사방(조주빈 등의 범행 공간이었던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채팅방)' 사건
수사팀 일원이었던 조 팀장은 배후에 범죄 집단이 있음을 확신했고,
팀원들에게 집중 수사를 지시했다.
대구·부산·경기 성남 각지에 살고 있던 피의자 3명을 데려다 조사했더니
'목사님'
이라는 이름이 처음 나왔다.

'목사' '텔레그램' '지인 능욕'···. 경찰 내 수사 데이터베이스(DB)에 이 열쇳말들을 검색해 보니 전국 내 유사 사건이 60건 접수돼 있었다. 수사팀은 이를 전부 이송받아 자체 인지한 23건과 함께 들여다봤다.
수사 기록만 4만 쪽이 넘었다.
텔레그램 범죄 수사는 '대화'가 거의 유일한 단서라
한 줄도 놓쳐선 안 됐다.
조 팀장은 "대화를 분석하면 그 나이대, 성별에 맞는 언어 습관이라든지 그런 게 파악된다"면서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단서가 많이 나오니까 다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채팅방 '목사방'에 가담한 피의자가 경찰관을 조롱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김녹완은 그러나 그 외의 단서는 거의 남기지 않았다. 이전에 벌어진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범죄에 관심을 가진 터라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신저는 텔레그램만 써라' 'VPN(가상사설망)을 설치해라' 조직원들도 이렇게 학습시켰다.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김녹완은 "아재들(아저씨들) 저 잡을 수 있겠냐. 헛고생하지 말고 푹 쉬라"고 경찰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수사팀은 다시 대화 내용에 집중했다.
"'눈이 내렸다'고 하면 그날 눈이 내린 동네가
어딘지, '불이 났다'고 하면 소방청에 연락해서 이날 화재가 난 지역이 어딘지 일일이 추려나간 거죠."


애초 '텔레그램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진행한 수사였다. 하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서라도, 문은 두드려 봐야 했다. 메일을 수차례 보내 설득하려 했지만 역시 묵묵부답. 그러나 창업자 파벨 두로프(41)가 프랑스에서 체포되고, 서울경찰청이 이에 발맞춰 성범죄 방조 혐의로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수사팀이 "한국은 프랑스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다. 강제 소환할 수도 있다"고 재차 압박하자 답장이 왔다.
국내 최초로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한 사례다.


"피의자 놓쳐도 2차 피해 안 돼"

약 1년 3개월간 '목사방'의 실체를 추적한 끝에 우두머리 김녹완과 조직원 13명을 일망타진한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3팀장. 최주연 기자


기나긴 수사 여정에서 조 팀장은 팀원들에게 한 가지 원칙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피의자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절대 2차 피해를 가하지 말라"
는 것이다.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라고 늘 얘기합니다. 우리 수사관들의 기본 마인드예요."

조 팀장은 인터뷰 말미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니니까, 피해를 겪고 있다면 꼭 주변에 알리고 신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수사기관의 1차 목표는 '여러분의 안전'이고, 그다음은 '추가 피해 예방'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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