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고 3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방안을 모색했다. 양국은 향후 고위급 협상팀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자는데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외교 공관 운영의 정상화 등을 공언하며 양자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18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가졌다. /AFP 연합뉴스

양국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 후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각자 신속히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점령지 영토 인정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 등을 비롯한 종전 협상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세부 언급이 없었다. 종전안의 쟁점을 추려내고 윤곽을 잡는 자리라기보다는 탐색전 성격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무급 조율 과정 대신 고위급 협상팀을 각자 신속하게 구성하기로 한 점에서 이날 회담의 분위기가 좋았음을 엿볼 수 있다. 이날 종전 논의의 큰 방향성에 양국이 공감하지 않았다면 고위급 협상팀 구성 발표도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회담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전쟁(war)이라는 표현 대신 분쟁(conflict)이라는 표현을 써 ‘호의’를 보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뒤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국이 큰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첫 회담을 마쳤다는 점은 이날 양자관계 회복에 관한 발표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양국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대립 속에 지난 수년간 외교 공관 운영 능력이 저하했다며 대사관 인력 수를 복원하고 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양국 장관은 “분쟁 종식을 통해 발생할 역사적인 경제·투자 기회와 상호 지정학적 이익에 대해 미래의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보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우크라이나가 회담에 빠진 점은 한계점이자 논란거리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각국은 소위 ‘패싱 논란’에 불을 지피며 미·러 양국이 주도하는 종전 논의가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측은 향후 종전 논의 과정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나 의견 제시를 열어놓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뒤 “누구도 (회담에서) 열외돼선 안된다”며 “분쟁을 종식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러시아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수용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한 다른 당사자들이 있다”며 “유럽연합(EU)도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박지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