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2·3 내란 ‘진실과 거짓’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냐”며 “비상계엄 당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엄의 의도 역시 “경고성”이라며 애써 축소한다. 하지만 그날 내란이 빠르게 종식된 것은 윤 대통령의 의도가 아니라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던 영관급 간부와 현장 지휘관들의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다.

비상계엄 당시 동원된 수도방위사령부 현장 지휘관들은 주요 고비마다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출동·통제를 지시받은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대령)은 부대원들에게 “시민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민간인과 접촉이나 충돌을 주의하라”는 지시부터 내렸다. 그날 밤 11시51분, 이 전 사령관은 조 대령에게 “경찰 협조를 받아 국회 울타리 내부로 진입하라”고 거듭 지시했지만, 조 대령은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어렵다”고 답했다.

후속 부대원 44명이 수방사에서 출발한 것은 지난해 12월4일 0시48분이었다. 조 대령은 비화폰으로 후속부대에 전화를 해 “서강대교를 넘지 말고 북쪽에 차를 댈 수 있는 곳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군이 국회로 계속 집결하는 모습을 시민에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비슷한 시각 지역대장에게도 “민간인들이 별로 없는 지역으로 가서 집결해있으라”고 했다. 같은날 새벽 1시께에는 “국회 본청 내부 진입 뒤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지만,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조 대령은 검찰에서 “법은 모르지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분명히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와 주요 정치인 체포 임무가 떨어졌던 국군방첩사령부의 윤비나 법무실장(대령)과 정성우 방첩사 1처장(대령)도 이런 지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4일 0시2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관위 전산센터를 통제하고 서버를 카피해라. 카피가 어려우면 서버 자체를 떼오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정 대령은 5층 법무실로 가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다. 그러자 윤 대령을 포함한 법무관 7명 전원은 “헌법 및 계엄법에 위반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정 대령은 경기도 과천 등 선관위로 출동한 군인들에게도 “원거리 대기하고 절대 건물로 들어가지 말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라”는 지시를 별도로 내렸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들도 “출동은 하되 장비는 챙기지 말자. 목적지까지 가지 말자”고 합의한 상태였다. 선관위에 먼저 투입돼 전산실을 장악한 정보사령부 요원들이 서버를 인계할 방첩사 팀을 기다렸지만 그들이 오지 않은 이유다.

영관급 간부들은 윗선의 증거인멸을 막기도 했다. 박성하 방첩사 기획관리실장(대령)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임무중지하고 전원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비상계엄 요건이 맞는지 이상하단 생각에 “모든 문서를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전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상황이 모두 종료된 같은날 오전 10시께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사령관님 지시”라며 체포명단이 없었다는 ‘가짜메모’를 만들라는 지시를 했지만 현장 지휘관들은 김 단장을 찾아가 “사령관 지시사항은 위법하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처럼 내란의 조기 종식은 사령관들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영관급 간부와 현장지휘관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두 시간짜리 내란”을 주장하며 군통수권자의 지시를 차마 수행할 수 없었던 최소한의 양심이 불러온 결과마저 탄핵을 모면하고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550 딸이 17살인데 27㎏…"채식으로 아동학대" 호주 부모 징역형 랭크뉴스 2025.02.19
44549 등록금 냈는데 ‘입학 취소’…범인은 같은 재수학원생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19
44548 "월급 '반토막'인데도 자리 없어요"…이력서 들고 헤매는 '사직 전공의' 랭크뉴스 2025.02.19
44547 트럼프 “2월 내 푸틴 만날수도…우크라에 유럽군? 찬성” 랭크뉴스 2025.02.19
44546 [단독] 그날 헬기가 계획대로 떴다면, 계엄 해제 못할 뻔했다 랭크뉴스 2025.02.19
44545 내년 의대 증원 규모 '대학 자율' 추진 랭크뉴스 2025.02.19
44544 키이우 노인의 슬픔 “2차대전 때 태어났는데 지금도 전쟁이라니” 랭크뉴스 2025.02.19
44543 [언제까지 돌하르방] ① 돌하르방과 감귤초콜릿…시계 멈춘 듯한 제주 기념품 랭크뉴스 2025.02.19
44542 “누나들이 재산 뺏고 정신병원 감금” 불법 강제입원 폭로한 지적장애인 랭크뉴스 2025.02.19
44541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은 잠실역…강남역은 3위로 떨어져 랭크뉴스 2025.02.19
44540 국민의힘, 판교에서 ‘반도체특별법’ 현장 간담회 랭크뉴스 2025.02.19
44539 세계 최강 ‘미군 월급’ 얼만가 보니…美병장 월급은 韓병장 보다 3배 가량 많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2.19
44538 이재명 “민주당, 진보 아냐…중도보수로 오른쪽 맡아야” 랭크뉴스 2025.02.19
44537 이재명, “사법리스크 거의 초월…꽃게밥 안 된 게 어디” 랭크뉴스 2025.02.19
44536 토론토 공항 델타 항공기 착륙 영상 공개…21명 부상 랭크뉴스 2025.02.19
44535 [단독]'상속세 인하' 카드 꺼낸 이재명, 그 뒤엔 민주연 보고서 랭크뉴스 2025.02.19
44534 택시서 뛰어내려 '사망'‥택시기사 '무죄' 랭크뉴스 2025.02.19
44533 尹 측, "김건희 지시로 계엄" 박지원 "계엄 때 술 냄새" 김종대 고발 랭크뉴스 2025.02.19
44532 트럼프 “자동차 관세 25% 정도…1년동안 더 인상될 것” 랭크뉴스 2025.02.19
44531 "이젠 3%도 안 돼?" 예금 깬 고객들 '여기' 몰린다 랭크뉴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