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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김하늘양이 교사의 흉기에 숨진 다음날인 11일 오후 대전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 통로에 이 학교 선생님들이 두 손을 꼭 쥐고 서 있다. 하늘양 아버지는 “벌 서는 것처럼 계시지 말고 가셔도 된다”며 선생님들을 위로했지만 이들은 눈물 흘리며 한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를 지키지 못한 어른의 죄책감이 이들의 발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김상일 | 서울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

갑자기 들려온 고 김하늘양 사건은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었고,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언론에 나오는 하늘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늘이의 부모님에게까지 생각이 미치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기에 아프더라도 문제를 면밀히 살피면서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나 정치권에서 개선 대책을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앞다퉈 내놓는 대책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사회적 충격이 큰 만큼 신속하게 대책을 내는 건 맞다. 그렇지만 그러한 대책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하늘이법’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을 주로 다루는 듯하다.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자는 현재 주장을 살펴보면 질병휴직 중인 모든 교사를 잠재적 질환교원 대상자로 보거나, 민원 접수 시에도 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조사를 시행하게 하여 이를 악용할 경우 교사를 질환교원으로 민원 접수할 우려가 있다. 결국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했던 사례가 다른 형태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을 시행했을 때, 가벼운 우울증 등의 증상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거나 휴직을 할 수 있을까.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다면 자신의 질환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주변에 위해를 가하는 등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경우 직권휴직에 앞서 즉각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상정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출근을 멈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교직 사회에서 자신의 질환을 쉬쉬하는 분위기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선생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심하고 작은 사안이 하나라도 생기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교육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지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마저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정신과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우울증과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폭력성은 관계가 없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의 지적은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며칠 뒤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많은 학교에서 3월이 되기 전에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게 된다. 새 학기를 맞는 교사들의 마음은 지금처럼 무거운 적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선생님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떤 시선에서 바라볼지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또 학부모가 우리 선생님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교사는 아닐지 걱정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면 정상적인 교육 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이들이 만나는 대부분의 선생님은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첫날 어떤 수업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고민하면서 묵묵히 빈 교실을 정리하고 새 학년 교육과정을 짤 것이다. 따라서 이같이 평범한 선생님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늘이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가벼운 감기처럼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감추어서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질환교원에 대한 대책을 넘어 교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교육계를 비롯하여 여러 단체가 함께하는 사회적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교직에 있는 동안 하늘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두고 두고 기억해야 한다.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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