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유일정당 새미래 이낙연 상임고문 - 조기대선 앞둔 야권 재편 논의 선봉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거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놓고 이재명 대표와 격돌했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기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국가에 기여할 길을 고민 중”이라고 답한 그는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과 개헌이 시대정신이며,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 말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야 정권 교체가 확실해지고 혼란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보수원로 전언 두번 접하면서 ‘큰일 난다’는 감 와
민주당도 그때 알았지만 막는 대신 정권 압박한 듯
대선 출마? 국정 경험자로 국가 기여할 길 고민 중
개헌 120일이면 가능, 대통령 3년 임기로 7공 열 때”
총선 한 달 뒤 만난 원로의 충격 전언
“호남득표율 85% 올렸는데 패배 책임?”
“‘3김’ 때로는 비장한 맛도 있어야”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이 창당한 비명계 유일 정당 ‘새미래민주당’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는 “계엄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이고 책임이지만, 민주당의 집요한 압박이 대통령의 비정상적 심리를 악화시켰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 귀로 흘렸다가, 같은 얘기를 또다시 듣고 헛소문만은 아닐 것 같다는 걱정 끝에 7월에 공개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거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놓고 이재명 대표와 격돌했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기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국가에 기여할 길을 고민 중”이라고 답한 그는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과 개헌이 시대정신이며,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 말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야 정권 교체가 확실해지고 혼란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보수원로 전언 두번 접하면서 ‘큰일 난다’는 감 와
민주당도 그때 알았지만 막는 대신 정권 압박한 듯
대선 출마? 국정 경험자로 국가 기여할 길 고민 중
개헌 120일이면 가능, 대통령 3년 임기로 7공 열 때”
총선 한 달 뒤 만난 원로의 충격 전언
Q :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나라가 두 동강 나 내전을 방불케 합니다.
A :
“내전급 국가위기가 헌재 심판으로 종식되려면 절대다수 국민이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데 심판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이대로라면 차기 대통령 취임식장 주변에서 소요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사생결단식 싸움만 한 결과이니 두 사람 다 한꺼번에 끝내야 합니다. 계엄은 비정상적 심리로 오판·망상을 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민주당의 집요한 압박이 그 비정상적 심리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은 있죠.” Q : 악화시켰다는 걸 설명해 주신다면.
A :
“나는 지난해 7월 6일 당 행사에서 ‘이대로 가면 겨울쯤 혁명적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어요. 실은 그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원로 보수 인사로부터 ‘(윤 대통령이) 계엄 아니면 위수령이라도 해 국가 기강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를 두 번이나 들었어요. 보수 원로들 사이에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 같으니, 차라리 하야하면 다음 대선 참패를 피할 것’이란 얘기가 돈다는 말도 들었죠. 그래서 내가 주변에 ‘뭔가 벌어질 것 같은데, 그런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하다가 공개 경고하기에 이른 거예요. 그런데 민주당 어느 의원이 ‘이재명 대표는 (계엄 가능성을) 지난해 7월부터 알았다’고 했고 이 대표도 ‘대통령이 지난해 5월부터 계엄을 준비했던 것 같다’고 했지 않나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계엄설을 공언하기 시작한 게 지난해 8월 17일이죠. 결국 민주당도 지난해 5월부터 계엄 가능성을 알고, 확신했다는 얘기잖습니까. 그런데 그 뒤 뭘 했나요? 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나요, 아니면 (윤 대통령에게 입법·탄핵 폭주로) 압박을 했나요? 후자였잖아요.(민주당이 대통령의 계엄 획책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대통령을 자극해 계엄을 끌어냈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죠.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죠.” Q : 지난 주말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탄핵 반대 시위는 어떻게 보시나요.
A :
“광주 시민들로선 탄핵 반대세력이 금남로에서 그런 집회를 연 것이 마음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들이 광주에까지 몰려온 건 그만큼 다급하고 절박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나 광주에서까지 ‘계엄령은 계몽령’이라 강변하는 게 광주 시민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의문입니다. 계엄령은 계엄령입니다.” “호남득표율 85% 올렸는데 패배 책임?”
Q : 2030 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낮습니다.
A :
“이들은 선진국에서 나고 자란 첫 세대이고, 미국 1극 시대에 성장해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에다 반중 정서가 강합니다. 전체주의적이거나 통제받는 느낌을 못 견디니 지금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 봅니다. 민주당은 갈라파고스 섬처럼 특이한 문화 속에 갇혀 지내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고 고쳐야죠. 민주당이 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소추는 잘했는데, 그 뒤 (행동들이) 국민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줬죠. 보수건, 진보건 극단 세력과 거리를 두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Q :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해 ‘이낙연 책임론’을 주장하는데요.
A :
“2021년 여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나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그해 초가을에 이 후보가 안국동 찻집에서 날 만나 ‘선대위 고문을 맡아 달라’고 해요. 응했죠. 그런데 그해 말 이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져 열세가 되자 마음이 급해졌는지 나를 시청 앞 식당에서 만나 ‘통합과 비전 위원회를 신설했는데 공동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해서 그것도 응해줬어요. 그런데 이듬해 2월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터졌어요. 대선 딱 한 달 전이라 이 후보가 위기감이 컸던지 나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이 위기를 극복할 사람은 대표님(이낙연)뿐입니다’며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거예요. 자리를 맡아 전력을 다했죠. 이 후보보다도 유세를 많이 했어요. 2주쯤 뒤 선대위 회의에서 ‘호남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이낙연 효과 같다’는 보고가 올라오더군요. 실제 호남 유세를 많이 했죠. 목포역 광장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뛰었어요. 그래선지 호남 최종 득표율이 약 85%에 달했어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호남 득표율이 약 62%였으니 ‘나올 만큼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3·9 대선일 한밤에 이 후보 패배가 확정된 순간 ‘이낙연 때문에 졌다’는 SNS가 확 퍼지더군요. ‘미리 준비했던 듯 일사불란하게 터져 나온다’는 보고도 받았죠. 어이가 없었습니다.” Q :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A :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헌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길게 지적했어요. 그때 개헌했어야 했는데, 못하고 이 지경까지 왔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통령도 불행해질 것임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예정된 비극을 피하고 새로운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개헌이 시급합니다. 다양한 개헌 제안들이 나와 있고, 대강의 얼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죠. 탄핵정국에서 정계 원로인 헌정회 회원들이 가장 먼저 개헌을 제안했고, 학계와 언론과 시민사회도 개헌론에 동참하고 있어요. 민주당도 개헌을 공약했었으니 동참하는 것이 옳고, 그것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도 좋다고 봅니다.” Q : 구상하는 개헌 골자와 시점은요?
A :
“대통령의 권한을 책임총리 등에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합니다. 새 헌법에 계엄 요건 강화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포함되면 좋겠죠. 18대 국회에서 의원 182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지냈는데, 거기서도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접근했어요. 개헌 시점은 정치적 합의만 이룬다면 120일 만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조기)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 되죠.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차선책으로 차기 정부 임기를 3년으로 하고 2028년 총선과 함께 개헌 국민 투표를 하는 방안도 있어요. 김부겸·김동연·오세훈 등 상당수 대선주자가 그런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3김’ 때로는 비장한 맛도 있어야”
Q :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할 계획은요?
A :
“국가를 위해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다만 지금 대한민국이 ‘예정된 비극’을 피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국정을 경험한 사람으로 도리를 다하고 싶습니다.” Q : 비명계 ‘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은 어떻게 보십니까? 연대할 생각은요?
A :
“지금 그분들과 연대를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들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갖췄고 성품도 모질지 않고 착한 분들이죠. 잘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지도자라면 때로는 비장한 맛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비명계 정당은 새미래민주당이 유일한데, 원외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명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 양쪽 극단세력을 배제하고 진영정치를 뛰어넘는 합리적 책임정당은 새미래민주당이 유일하다고 봅니다. 조만간 민주세력이 재편될 때 새미래민주당이 그 씨앗이 될 겁니다.” Q : 총리 시절 기억나는 일은요?
A :
“재임 시절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해 읍·면·동에 피해가 집중된 반면 시·군·구 차원에선 피해액이 재난지역 기준(45억~105억원 이상)에 미달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읍·면·동도 피해액이 수억 원 이상이면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게 바꿨죠.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성공해 2년 8개월간 가금류를 한 마리도 살처분하지 않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