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계속되며 전공의 이탈 상황이 1년째 지속하고 있는 지난 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 붙은 글귀 옆으로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1년 전 병원을 떠난 전공의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일반의로 의료기관에 재취업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4000명 가량의 전공의들은 의료기관 바깥에 있는 상태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수련병원에서 사직했거나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222명 중 지난달 기준 5176명(56.1%)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6일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뒤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같은 달 20일부로 근무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로 7월부터 병원별로 사직 처리가 시작되면서 전공의들이 일반의로 재취업하는 게 가능해졌다. 일반의는 의대 졸업 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지만 전공의 수련 과정을 밟지 않은 의사로, 일반의가 과목별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된다.
전공의들의 재취업 의료기관을 종류별로 보면 5176명 중 3023명(58.4%)은 의원급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중 다수는 서울(998명), 경기(827명), 인천(205명) 등 수도권 의원에 재취업했다.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1.7%인 88명에 그쳤고, 병원 815명(15.7%), 종합병원 763명(14.7%), 요양병원 383명(7.4%), 한방병원 58명(1.1%) 등이다. 사직 레지던트 9222명 중 4046명은 의료기관 밖에 있는 상태다.
전공의들의 사직과 재취업은 전국 의료기관 인력 현황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일반의는 모두 1만684명으로, 전공의 사직 전인 2023년 말 6041명에서 76.9%가 급증했다. 의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4073명에서 7170명으로 76.0% 늘고, 병원서 일하는 일반의는 1년 새 204명에서 842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반면 전국 의료기관의 인턴은 2023년 말 대비 96.4%, 레지던트는 88.7% 급감했다. 전문의 숫자는 1년 새 1.8% 늘었는데, 1년째 이어진 전공의 사직으로 올해 전문의 시험 1차 합격자가 작년의 18% 수준으로 줄어든 탓에 올해 말 전문의 숫자는 작년 말 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김선민 의원은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의사를 감소시키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의료계와 협의해 1년이란 긴 의료대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