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과 관련, 정부의 연구용역보고서가 서비스 가격 부담과 인력의 전문성 문제 등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단독 입수한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운영성과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 부담 우려…저소득층 접근성 높여야"
보고서는 우선 서비스 비용에 대한 부담을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유입 제도 확대의 목표 중 하나는 돌봄 서비스 비용 절감이었다"면서 "가사관리사들은 높은 생활비 등으로 수입이 충분치 않다고 한 반면, 이용자들은 서비스 자체에는 만족하면서도 비용(조사 당시 시간당 13,940원)이 비싸단 의견이 32.14%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 설문조사에 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 가운데, 현재의 임금 수준(최저임금 적용)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습니다. 연구진과의 면담에 응한 가사관리사 12명의 월급은 170~200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본 사업으로 확장된다면, 서비스 업체 운영비 등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용 증가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이용자와 서비스 업체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같은 비용 증가는 당장 닥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달 종료될 예정이었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하며, 다음달부터 시간당 이용료가 16,800원으로 2,860원 인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자들이 대부분 고소득층이라는 데도 주목했습니다. 이용자의 월 평균 소득이 1,243만 원 정도로 추정되며, "대체로 고소득 및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가정"이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서비스 확대 시 경제적 수준과 주거 환경이 다양한 계층의 이용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조금 지원이나 소득에 따른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하며,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교한 비용 설계가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 "높은 전문성 지닌 '외국인 가사관리사' 인력, 안정적 수급 어려워"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수급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이번 시범사업에 투입된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 국가자격증인 케어기버(caregiver) 자격증을 지닌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라며 "이번 사업에서 인력의 전문성이 높다고 하여 이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현행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84%로 높게 나타난 데 대해서도 "일반화할 수 없으며, 섣부른 판단은 지양돼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동일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력과 외국인 인력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 돌봄대상 아이 79%, 5세 이하 영유아…"한국어 의사소통 역량 높여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한국어 의사소통 역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습니다.
연구진 설문조사를 보면, 서울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 중 76.3%가 한국어 말하기 능력이 기초 수준(elementary) 또는 기본 수준(basic)이라고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어 말하기 실력이 '중상' 이상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가사관리사는 1명도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한국어 수준이 낮았다"면서 "가사관리사들도 이용자와의 의사소통 문제를 큰 고충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는 근로 환경에서 작업 지시나 안전 규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며, 생산성과 안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업무 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통번역 앱을 이용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 설문조사에 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가정 112곳의 자녀 195명 가운데 79%(154명)는 5세 이하 영유아였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어 교육기관 또는 강사와 연결해주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한국어 의사소통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드러난 한국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밖에 보고서는 월 40~50만 원의 숙소비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가장 큰 업무상 고충으로 꼽혔다며, "숙소 비용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 중 47%(46명)는 두 개 이상의 서울시 자치구를 이동하면서 근무하고 있고, 26.5%(26명)는 최장 왕복 2~3시간에 달하는 통근 시간에 불만을 표출한 만큼 "향후 근무지 배정 시 근로자의 이동 거리를 체계적으로 고려하여 (이용자와) 매칭하는 방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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