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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손 떠난 후 관리 공백 직면해
캠코로 넘어갔지만 매각에 어려움
전문가 “다방면 활용 방안 모색해야”
18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옛 신설치안센터가 방치돼 잡초가 늘어져 있다. 노현영 견습기자

[서울경제]

“요즘 유행하는 복층 대형 카페라도 들어서면 금방 ‘핫플’이 될 텐데 몇 년째 계속 비어 있어요. 불도 꺼져 있고 어딘가 을씨년스럽죠.”

18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옛 신설치안센터 인근의 부동산 공인중개사 위이환 씨는 폐허처럼 남은 치안센터 건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하얀색 2층짜리 건물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잡초가 무성하게 늘어져 한 눈에 봐도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위 씨는 “바로 앞이 신설동역이라 목도 좋은데 몇 년째 건물만 덩그러니 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 내 폐지된 치안센터가 빈 건물로 방치되면서 주민들의 불편과 치안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상주하던 경찰이 떠나고 마땅한 관리 주체가 없어진 탓에 치안센터가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신설치안센터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경희(51) 씨는 “10년 넘게 사람이 없다 보니 화단에 쓰레기가 엄청 쌓였다”면서 “지나갈 때마다 보기가 안 좋다”고 토로했다. 동대문구 용두치안센터 근처에 사는 40대 주민 신 모 씨도 “치안센터가 언젠가부터 말도 없이 싹 비워졌다”며 “치안센터 자리가 요충지인데 낡은 건물이 떡 하니 있으니 동네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옛 신설치안센터 건물 화단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노현영 견습기자


앞서 2023년 경찰은 조직 개편 차원에서 전국 치안센터 576개를 폐지하고, 근무 중인 경찰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치안센터 인력과 업무를 주변 파출소나 지구대로 통합해 국유재산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도였다. 2022년 2월 기준 서울 내 총 164개소였던 치안센터는 2023년부터 폐지가 본격화돼 현재 서울 지역 31개서 관할 평균 1.7개꼴인 55개소만 운영 중이다.

폐지된 치안센터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지자체·법인으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서울경찰청은 현재 캠코에 45개소를, 지자체·법인에 37개소를 인계 완료했다.

문제는 이렇게 캠코에 인계된 치안센터가 빠르게 매각 단계로 접어들지 않아 방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면목1·4·7·8치안센터는 지난해 4월~11월 인수가 완료됐으나 해가 바뀌도록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신설치안센터도 지난해 7월 캠코에 인계됐지만 9개월째 변화가 없다. 캠코 관계자는 “부동산 특성상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폐지된 치안센터의 활용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알짜 부지’에 위치한 치안센터가 많아 적절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점도 골치다. 캠코는 용도를 바꾸고 부가가치를 높여 민간에 비싼 값을 매겨 판매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매매처를 구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부동산계의 시각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치안센터가 방치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안센터가 인계된 이후에는 경찰 관할을 벗어나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활용할 수 있는 치안센터는 활용하고 인계 전에도 관리하지만, 캠코에 넘어간 뒤 흉물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내 일부 치안센터의 경우 폐지 대신 새롭게 활용할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용산구 남영치안센터와 관악구 청룡2치안센터다. 남영치안센터는 경찰청에서 과학수사센터로 활용하고 있고, 청룡2치안센터는 관악경찰서 소속 지역 경찰들이 현장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치안센터 내 ‘현장실습센터’가 열려 행정 업무와 사격 실습 교육 등이 진행된다.

19일 서울 관악구 소재 청룡2치안센터에서 낙성대지구대 소속 경찰이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노현영 견습기자


김현창 관악경찰서 경위는 “주기적으로 훈련을 받긴 하지만 지역경찰에 특화된 교육장이 있으면 업무에 무뎌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장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치안센터의 섣부른 폐지 대신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유재산이라 정부가 적절한 값에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노인휴게시설이나 청소년 센터처럼 빈 치안센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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