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국, 이승건 대표 '위법행위 직접 가담' 판단
제재심, "단톡방 600개라 몰랐다" 토스 항변 수용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유일한 '두 단계 감경'
이 대표, 美 순방 동행 등 윤 대통령 친분 뒷말
제재심, "단톡방 600개라 몰랐다" 토스 항변 수용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유일한 '두 단계 감경'
이 대표, 美 순방 동행 등 윤 대통령 친분 뒷말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회견에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해 '봐주기 징계'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에 대한 제재 수위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거치면서 매우 이례적인 '두 단계 감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이 대표는 기사회생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의도 저승사자'를 자처해온 이복현 금감원장의 칼날이 유독 토스 앞에서 무뎌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 제재심에 상정된 안건 중 감독자 징계 수위를 두 단계 감경해 수정의결한 건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하다. 최근 4년(2021~24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제재심에 상정된 1,033건 중 감독자 징계가 두 단계 내려간 건 비바리퍼블리카 하나였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상 감독자 징계는 1~3단계 감경이 가능하지만 두 단계 이상 제재를 낮춰준 건 토스뿐이었다. 토스 이전 두 단계 감경은 2020년 라임 사태 당시 신한금융투자뿐이었다. 이 원장 취임 초부터 금융권에 일관되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온 금감원 기조의 유일한 예외가 토스였던 셈이다.
'중징계 막자'... 전관까지 총동원
금감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제재 내용.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 사건은 2022년 3월 처음 불거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전자영수증 거래정보 2,928만 건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토스 회원의 카드거래 내역과 결합해 이용해 신용정보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후 2년 반의 조사와 심의 끝에 징계가 확정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0월 정보집합물 부당결합을 통한 개인신용정보 부당이용 등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53억7,400만 원과 과태료 6억2,8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제재가 확정되자 금융권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임직원에 대한 징계인 신분제재만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부서는 애초 이승건 대표와 당시 비바리퍼블리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였던 신용석 대통령실 사이버안보비서관 등 감독자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제재심에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두 단계 감경된 것이다.
문제는 경징계가 확정되면서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았을 경우 연임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임기는 올해 4월까지로, 중징계를 받았다면 연임이 불가능했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2022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으로 이 대표 연임 실패 시 상장에 차질이 되는 만큼 징계 감경에 사활을 걸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금융당국을 수시로 방문하고, 사내 법무팀 외에 외부 법무법인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국회 등 대관팀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박세춘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지난해까지 토스뱅크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토스인사이트 대표에 선임됐다. 토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토스) 당국 라인이 튼튼하다"라며 "징계 감경을 위해 이름 알 만한 법무법인도 여러 곳 썼다"고 전했다.
검사국 '중징계' 의견 냈으나... 제재심서 뒤집혀
금감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검사 일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제재심 과정이 토스 측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는 정황도 있다. 제재심 의사록과 한국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당시 제재심 위원들은 다른 안건과 달리 토스 측 항변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검사국 측은 △고객신용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시 동의가 필요한 것은 금융사 임직원으로서 당연히 인지해야 하며 △이 대표가 외부 법무법인 검토 문서를 참고하라고 지시하고도 해당 문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업무해태라는 점 등을 들어 이 대표가 위법행위에 직접 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이 대표는 제재심에 직접 출석해 "사업상 속해 있는 600여 개의 채팅방에 올라오는 메시지가 수만 건이라 법무법인 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변했고 제재심은 "이 대표의 업무 부담이 과중했다"고 판단했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가 내려지면 지배구조법상 3년간 연임이 금지돼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토스 주장을 수용했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적용한 첫 사례였던 만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았는데, 심의위는 검사국 손을 들어줬으나 제재심은 "심의위에 심의를 맡겼을 정도로 위반사항이 명백하지 않아 법 위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경을 결정했다. 제재심은 무려 세 차례(2023년 11월 2, 9, 14일)에 걸친 논의를 통해 비바리퍼클리카 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후 제재 확정(지난해 10월)까지 총검사에 소요된 기간은 2년 6개월로, 같은 시기 금감원 검사를 받은 네이버, 카카오 등 다른 빅테크 업체와 달리 1년 이상 더 걸렸다.
당시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다른 안건과 달리 비바리퍼블리카 측 진술을 공들여 경청하는 분위기여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재심 논의 과정에서 '대표 징계가 과하다' '이 대표를 중징계하면 금융 혁신이 뒤처질 것' 등 토스 진술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이 대표가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한 것은 공연히 알려진 내용"이라고 전했다.
업계 "토스만 징계 피해"... 금감원 "원칙대로 진행"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금융사 대표 중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당시 금감원은 토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조치안을 구체화하던 중이었다. 제재심이 끝나고 3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이 대표와 함께 당국 징계 대상이었던 신용석 전 CISO는 대통령실 사이버안보비서관에 임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타사 대비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내놓는데도 이 대표가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며 "용산에 연이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당국은 최근 3개년도 평균 매출 3% 이내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강화한 개정 신용정보법의 첫 적용 사례였던 만큼 제재 확정까지 시일이 소요됐으며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 위원들이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청취해 결론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