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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의 역설
애플·비자·마스터카드에
연1500억~2000억 내야
결제 인프라 종속 우려도

[서울경제]

신한과 KB국민 같은 대형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결제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 애플페이 서비스가 전면 도입되면 향후 5년간 약 8000억 원의 수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확대 시 고객의 혜택은 줄고 애플과 비자카드 등 해외 업체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여신금융협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애플페이가 국내 카드 업계에 전면 확산되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7832억 원의 수수료가 애플과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현대카드만 애플페이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국내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제공한다고 가정한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25년 465억 원 △2026년 1625억 원 △2027년 1778억 원 △2028년 1908억 원 △2029년 2056억 원 등이다. 현재 애플은 카드사에 이용 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특히 신용카드 등록 때마다 1장당 약 1000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은 애플페이에 가상 카드 번호를 제공하는 대가로 건당 약 29원의 수수료를 떼간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8000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라며 “카드사 이익이 줄면서 투자가 감소하고 글로벌 업체 영향력이 강화돼 국내 결제 산업의 종속성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제 수수료율 中의 5배…韓 카드 소비자만 '봉'


2023년 3월 21일은 카드 업계에서 분기점으로 꼽힌다. 현대카드 독점으로 애플페이가 국내에 첫 서비스를 개시한 날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출시 하루 만에 카드 등록 건수 100만 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현대카드에서도 애플페이 도입에 힘입어 20~30대 젊은 층 고객을 대거 유입할 수 있었다. 신한·KB국민카드뿐 아니라 하나·우리카드와 같은 다른 주요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의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연간 1500억~2000억 원 상당의 수수료를 애플이나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납부해야 해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플페이 수수료 부담이 ‘카드사 수익성 감소→연회비 인상 및 알짜 카드 단종→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큰 것과 관련이 깊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애플에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약 0.15%에 달한다. 중국(0.03%)의 5배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독점력 확보를 위해 높은 수수료율을 감내한 측면이 있다”며 “애플 역시 한국 카드사에 지나친 수수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0.15%가량의 수수료율을 국내 다른 카드사에도 고스란히 적용하게 된다면 다른 간편결제 업체도 덩달아 수수료 부과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간편결제 시장 내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간편결제사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은행과 여신금융협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간편결제사에서도 국내 결제에 애플페이의 EMV 방식을 도입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수료 규모는 향후 5년간 1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이 모두 수수료 유료화에 나설 경우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업체들이 수수료 징수에 나설 경우 인건비 감축 및 신규 투자 중단과 함께 무이자 할부 축소와 같은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없던 간편결제 수수료율이 부과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카드사는 물론 고객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애플페이를 중심으로 해외 업체들이 국내 결제 시장을 장악하면 향후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국내 카드사들의 해외망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에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 결제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비자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주된 사유는 △다른 결제 시스템 원천 차단 △독점을 무기로 비싼 수수료 책정 △핀테크 기업의 결제 시장 진입 차단 등이었다. 카드 업계의 고위 관계자 역시 “국내 결제 산업 약화와 글로벌 종속은 향후 국제 브랜드사의 수수료 인상 같은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는 또다시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결제 시장은 카드사 및 간편결제사의 노력으로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신한과 KB·삼성·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2013년부터 앱 카드를 개발했고 다른 카드사와 간편결제사가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비자와 마스터 같은 국제 브랜드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애플페이가 이용하는 EMV 방식 이외에 다른 결제 규격은 쓰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자체 결제망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결제산업을 고려하면 금융감독 당국과 정치권이 애플페이의 확산과 수수료 정책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 입장에서 애플페이 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카드 수수료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경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나가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확산 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페이 논란을 계기로 수수료 규제 체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고객정보 해외로 이전…정보유출·데이터주권 침해 우려

애플페이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카드 업체가 정한 결제 방식인 EMV(Europay·Master·Visa)를 쓰게 돼 있다. 문제는 개인정보다. 회원이 애플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결제할 때마다 회원의 카드와 결제 정보 등이 애플과 비자·마스터사 같은 해외로 전부 이전된다. 애플페이 확산 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해 소비자 정보가 해외로 이전되면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피해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해외로 이전된 결제 정보가 유출된 경우 다른 경로로 해킹된 개인정보(이름·주소·전화번호 등)와 조합이 이뤄지면 해외 가맹점에서 부정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페이를 통해 나간 정보와 기존에 다른 홈페이지나 사이트에서 나온 정보가 결합되면 여러 안전장치를 뚫고 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정 사용을 즉시 인지하더라도 제3국으로 개인정보가 한순간에 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기 위한 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유출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100% 안전한 암호화는 없으며 복호화를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수습 과정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고객의 귀책이 없다면 금융사가 1차로 책임을 진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금융 사고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회원과 가맹점, 정보 유출 회사 가운데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단순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유출을 통한 부정 사용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구체적인 부정 사용 방법들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보이스피싱과 같이 유출된 정보에 개인이 반응하게 되면 추가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이용 정부의 해외 이전에 따른 데이터 주권이 침해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객들의 소비·생활 패턴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해외로 이전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페이와 애플에 총 84억 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애플이 자사의 회원을 대상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스코어 모델을 운영했는데 이때 카카오페이로부터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회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보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로 이전된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며 “애플페이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국제적 사안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회원 정보가 해외로 모두 이전되는 방식은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자사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한 나라의 데이터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이용 확산 시 비슷한 사안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희 SAP코리아 상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처음부터 데이터 인바운드(자국 기업의 해외 국민 정보 이용)와 아웃바운드(해외 기업의 자국민 정보 이용)를 고려한 한국형 데이터 주권 제도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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