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탓 병가·휴직 4년간 194일
“교장·교감이 여러 번 불러 도움 필요한지 물어”
“교장·교감이 여러 번 불러 도움 필요한지 물어”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8살 김하늘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학교 앞에 김양을 추모하는 간식과 조화, 쪽지가 놓여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대전시의회 임시회에서 8살 학생을 학교에서 살해한 교사의 행적을 묻는 질의에 대전시교육청은 “문제 행동을 처음 드러낸 건 사건 발생 4∼5일 전으로, 평소 조용하고 소통을 많이 하진 않는 편”이라고 했다. 경찰은 교사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어서 언제쯤 집중 심문이 가능한 상태가 될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17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임시회 현안질의에서 김진오 시의원은 대전교육청 쪽에 “피의자인 교사 ㄱ(48)씨가 지금 학교에 4년 동안 있으면서 작고 큰 문제를 일으켰을 거라 생각되는데 그런 일은 없었나?”라고 질문했다.
ㄱ씨는 2021년 3월 해당 학교에 부임했고, 지난해 2학년 담임을 하다 12월 9일 휴직해 21일 만에 조기 복직한 뒤엔 교과담임을 맡았다. 복직 시점이 방학이라 실제 수업을 하진 않았다.
최재모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은 “그 전엔 어떤 문제가 없었다. 평소 조용하고 소통을 많이 하진 않는 편이었다”고 답했다. 컴퓨터를 부수고,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의 ㄱ씨가 문제 행동을 처음 드러낸 건 사건 발생 4∼5일 전이란 게 교육청 설명이다.
ㄱ씨가 4년 동안 총 4번의 장기 병가와 질병 휴직을 반복했으나, 학교는 면담 외 다른 조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2021년 10월(병가 58일), 2023년 10월(병가 59일), 2024년 10월(병가 56일), 2021년 12월(질병 휴직 21일) 등 194일의 병가·휴직을 썼다.
학교에는 병가·휴직 이유를 ‘우울증 치료’라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학교 쪽은 ㄱ씨와의 면담을 수차례 진행했다. 면담은 학교 쪽의 요청이나 ㄱ씨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는 병가·휴직을 반복하면서 교장·교감뿐 아니라 수석교사와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우울증을 이유로 장기 병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교장·교감 등이 ㄱ씨를 여러 차례 불러 건강과 가정 상황에 어려움이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건 없는지를 물었다. 동료와의 문제도 없다가 지난 5·6일 폭력 행동을 보였고, 이후 2학년 동료들도 ㄱ씨 상태를 살피며 회복을 돕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범행 전 수년간 ㄱ씨 행적과 심리상태, 정확한 병력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힐 부분이다. ㄱ씨는 대전의 한 병원에서 범행 당시 자해한 상처의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의료진은 경찰에 “아직 ㄱ씨 몸 상태가 심문이나 집중 조사를 받기엔 무리가 있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현 대전서부서 형사과장은 “병원 소견에 따라 피의자 체포영장 집행과 진술 조사는 미룬 상황이다. 현재 중태인 건 아니지만, ㄱ씨 건강이 언제쯤 집중 심문이 가능한 상태가 될지는 경찰도 의료진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피의자 직접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주 투입된 프로파일러 5명이 다각도로 피해자의 행적과 배경, 성격·성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