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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 배우. 씨네21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세상을 등졌다. 불과 25살 나이다. 과거 음주운전을 한 잘못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까지 치달은 사태를 두고, 연예인을 향한 악성댓글과 이를 유발하고 키우는 일부 언론 행태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새론은 재능 있고 촉망받는 배우였다. 2001년 한살 아기 때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영화 ‘여행자’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받았다. 배우 원빈과 함께한 영화 ‘아저씨’(2010)는 그를 국민 아역배우 반열에 올렸다. ‘여행자’로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아저씨’로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 ‘도희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최연소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여행자’와 ‘도희야’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두번이나 밟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것이 배우 경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그의 촬영분은 대부분 편집됐고, 후반부에선 다른 인물로 대체됐다. 예정했던 작품에서도 줄줄이 하차했다.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한 채 기나긴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대중과 언론의 관음증적 시선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김새론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사람들은 카페 에스엔에스(SNS)에다 욕설을 내뱉었다. 김새론이 취미로 낚시 하는 사진을 개인 에스엔에스에 올리면, 언론들은 “‘음주운전’ 김새론, 근황 공개…낚시 즐기며 미소” 같은 제목의 기사로 조회수를 올렸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분노를 표출했다. 김새론은 지난해 연극 ‘동치미’로 활동 재개를 타진했으나, 복귀 소식이 알려진 뒤 또 다시 여론이 들끓자 하루 만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하차했다. 유작이 된 영화 ‘기타맨’의 개봉이 남았지만, 결국 정식 복귀는 불가능해졌다.

이에 연예인을 향한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며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비판했다.

은유 작가도 인스타그램에서 “소위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의 기사도 자주 열어보는 편인데, 이건 거의 ‘이래도 안 죽을래?’ 하는 인격 살인 수준”이라며 “연예인이든 노동자든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 무감하고 공론장이 처형대가 된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 성명문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디시인사이드에 ‘여자 연예인 갤러리’ 명의로 올라온 성명문은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며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민제 기자 [email protected] 송경화 기자 [email protected]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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