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서울대 학생회관 계단 앞 광장에서 서울대공동행동 등 진보단체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등 보수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17일 오전 대통령 탄핵·찬성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에도 열린 양측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한때 총 2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들은 50m 거리에서 대치한 채 확성기를 이용해 서로를 비난했다. 일부 학생들은 “(소음에) 공부가 방해된다”고 했다. 탄핵 찬성·반대 집회는 이날 오후 2시쯤 모두 해산했다.
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계단 앞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서울대민주동문회·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공동행동’이 같은 장소에서 한 시간 일찍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먼저 모인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쿠데타 옹호 웬 말이냐,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파면” “김건희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쯤 모이기 시작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수사” 등을 외쳤다. 탄핵 찬성·반대 집회 모두 서울대생이 아닌 외부인들도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는 시작할 즈음엔 100명도 안 됐지만, 점차 늘어 한때 200명을 넘기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대 학생회관 게시판에 붙어있는 게시물. /정두용 기자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은 서로를 마주 보고 “빨XX는 꺼져라”, “내란 옹호 세력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 참가자들이 서로 멱살을 잡으며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려 하자 경찰이 막아서기도 했다. 이런 갈등이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에도 이어지자 일부 학생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회가 열린 장소는 중앙도서관 앞이다.
이날 오후 만난 서울대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주말·평일 구분하지 않고 도서관에 나오는데 탄핵 찬·반 집회 소음 때문에 공부에 방해된다”며 “치열하게 다투는 건 좋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일부 단과대학에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부모와 함께 온 서울대 신입생 최모(19)씨는 “외부인들도 교내에서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며 “학기가 시작될 땐 이런 갈등이 좀 봉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