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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② 전광훈의 ‘다단계’ 정치
행동대장 ‘전도사들’ 뒤에 숨은 조종자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는 장면(왼쪽)과 이날 새벽 서울서부지법 7층 영장전담판사 집무실에 난입한 이아무개씨. 연합뉴스, 제이티비시(JTBC) 유튜브 갈무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주류 언론의 관심 밖에 있던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부흥사로 지역 소규모 교회를 돌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선거 때마다 기독당의 원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극우 개신교 집회에도 꾸준히 참여했지만 주목받진 못했다. 그랬던 그가 극우 진영의 우두머리로서 어지러운 한국 정치 한복판에 서 있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한겨레21은 2019년 전 목사를 열렬히 따랐던 한 지지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전 목사의 행보를 되짚어봤다.
* 이 기사는 전광훈 ‘지갑’ 6개 벌려놓고 집회…“연금 100만원씩 주겠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전 목사의 사업들은 두 가지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다. 하나는 수익 창출, 다른 하나는 정치 세력화다. 특히 전 목사는 수익 창출과 정치 세력화를 통해 극우 세력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정치적인 결사로 가시화하게 했으며, 급기야 실질적인 폭력까지 휘두르게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 점이 그동안 온라인에 머물며 이주노동자나 여성 혐오 등에 몰두하면서도 오프라인에 모여 직접 행동을 하는 건 금기시해온 다문화반대카페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그동안의 극우와 ‘전광훈 세력’을 구분하는 핵심적인 차이다.

앱에서 현실로 나온 ‘자유마을’

정치 세력화의 바탕에는 ‘자유마을’을 매개로 한 조직화가 있다. 자유마을은 커뮤니티 앱을 매개로 운영되는, ‘주사파 척결’을 목표로 한 전국적인 공동체다. 3500여 개의 읍면동 단위에 1천 명씩의 회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목사 쪽은 자유마을의 규모가 200만 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회원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자유마을 앱에 표시된 마을별 가입자를 보면, 읍면동별로 가장 회원이 많은 지역이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1만1874명)이고, 두 번째가 대구 서구 평리3동(9178명)이다.

자유마을은 전광훈을 위시한 극우 개신교 세력이 정치 세력화를 시도하는 근거지다. 이들은 10대 강령에서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내세우고 있다. 자유마을 회원 2명이 총선 기간에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던 2024년 4월5일 서울 관악구의 한 투표소 인근(67m)에서 ‘자유통일당을 뽑아달라’는 취지의 홍보물 등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준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2025년 1월8일 이들에게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했다. 실제로 자유마을 회원들이 선거운동 등 오프라인 정치활동에 뛰어들고 있음이 확인된 사건이다. 전 목사는 전국을 돌며 ‘전국 자유마을 대회’를 열어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마을 회원들의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컨벤션센터 등에 수만 명이 모이는 선거 후보의 연설회와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전광훈의 광화문 전략

한국 집회 시위의 상징적 장소인 광화문이라는 지역 거점을 꾸준히 점유해온 것 역시 전 목사의 전략이다.

그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광화문을 자신의 고정적인 무대로 활용하며 극우나 보수 진영의 주장과 의제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했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동안 전 목사는 광화문이라는 구체적 지역 거점에서 이슈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2018년 이후 부정선거론과 같은 보수진영 내 비주류가 주장하는 의제부터 문재인 하야나 조국 사퇴 같은 주류 의제까지 다 받아들였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이를 “광화문을 플랫폼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훈은 광화문 자리를 계속 고집했어요. 본인 자서전에도 광화문을 지켜야 한다는 부분이 있거든요. 조국 사태 당시 공식 집계로도 수십만 명이 참여했는데, 그게 큰 전환점이 됐어요. 전광훈에겐 자산이 된 거죠.”

2025년 1월5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광훈 목사를 찾아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튜브 전광훈티브이(TV) 갈무리

전 목사는 최근에도 광화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월25일 열린 집회에선 “하나님이 촛대를 광화문에 세워놨다”며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광화문으로 집결하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결국 극우 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들이 꾸준히 전 목사를 찾도록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 당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 인사들이 광화문 집회 현장이나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현장을 찾았고, 심재철 전 원내대표는 전 목사를 향해 “국민의 분노를 광장으로 끌어모은 것은 소중한 공로”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최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 목사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모습은 전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전광훈이 폭력 공모·방조” 판결문 있다

전 목사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커졌지만, 정치적 결과를 얻기 위해 그가 사용하는 수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개인이든 국가권력이든 자신의 적이라고 판단되면 공격하고 폭력 선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엔 늘 뒤로 빠졌다. 2019년 순국결사대를 조직해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을 때 그랬고, 2020년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명도집행 과정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동원해 저항했을 때도 자리에 없었다. 그 자리엔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특임전도사 이아무개씨나 윤아무개씨 같은 전광훈 추종자들이 대신 자리했다.

서부지법 7층에 난입해 판사실 문을 부순 혐의로 구속된 이씨는 2020년 명도집행 과정에서 집행관들에게 화염병을 집어 던지는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법원 판결의 집행을 사실상 폭력으로 무력화한 최초의 사례로서 법원 판결의 권위 및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으로부터의 도전”이라며 “헌법수호 차원의 관점에서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실형을 파기하고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그렇게 다시 사회로 나왔고, 5년 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2025년 2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 연합뉴스

전 목사는 2월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구속된 특임전도사 두 명에 대해선 “내가 그런 애들과 대화할 군번이냐”라고 선을 그었다. 명도집행 과정에서도, 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도 전 목사는 현장에 없었다.

그러나 한겨레21이 확보한 전 목사와 이씨, 윤씨 등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이씨 등이 특정 개인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전 목사가 이를 지원하거나 방조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사건이 있었다. 전 목사와 갈등이 있던 안희환 목사가 특임전도사인 이씨와 윤씨 등이 2022년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앞에서 집회 및 시위를 하고 각자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욕설 등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이다.

안 목사는 전 목사도 이씨 등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도록 지시, 격려했다고 주장했는데, 1심은 전 목사가 공모했거나 적어도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1심 전 가처분 신청을 담당했던 재판부도 “채무자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는 적어도 다른 채무자들(이씨 등)이 이 사건 시위행위를 실행하고 있음을 잘 알면서 이를 지원하거나 방조함으로써 채권자들에 대한 공격 의사를 실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자신이 사랑제일교회 법률상 대표가 아니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전 목사가 실질적인 대표자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안 목사가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전 목사의 불법행위 공모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인 대통령 윤석열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025년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마포대로에서 윤석열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 해괴한 선동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직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있다”며 “당장 서울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와 윤씨 등이 움직였고, 이들은 구속됐다.

이동욱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질적인 사람이 누구냐를 판단해주면 돼요. 전광훈이 직접 쳐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국민저항권 행사해라’ ‘가만히 두지 마라’ 이 정도 말했으면 됐지 더 이상 어떻게 말해요. (특임전도사들은) 거기에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고 윤씨도 전광훈이 했던 똑같은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무슨 관계가 없어요.”

윤씨는 서부지법 폭동 당시 “국민저항권 발동이 됐으니까 오늘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하며 선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월5일 윤씨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는 이씨에 이어 두 번째로 구속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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