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자들 막무가내 민폐
담배 피우고 출근하는 주민들 막기도
담배 피우고 출근하는 주민들 막기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7일 아침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지지자들이 헌법재판관 집 앞까지 몰려가 헌법재판소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명은 17일 아침 7시30분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후문에 모여 1시간 넘게 “문형배를 처단하자”,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지자 1명은 태극기를 가방에 꽂은 채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사는 후문을 향해 유튜브 생중계 촬영을 하거나, 출입구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총괄대표로 활동하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도 이날부터 해당 아파트 단지 후문 등에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면서 한 달간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와 저녁 6시부터 7시30분까지 출퇴근 시간대에 규탄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출근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지지자들이 길을 막아선 탓에 “주민이니 길을 비켜 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경찰 안내를 받아 이동하기도 했다. 자신을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광화문으로 가야지 여기에서 법관을 위협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남성 주위로 몰려가 “나라가 공산화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거나 “문형배 편이 아니면 같이 시위하자”고 맞섰다.
지지자들이 가짜뉴스로 판명 난 ‘문 권한대행의 성착취물 시청’ 주장을 큰 소리로 외치자, 자녀들을 어린이집·유치원에 등원시키던 부모들은 불편을 넘어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이 든 푯말에는 “행배 근무시간 야동(성착취물) 시청시간” 등이 적혀 있었다. 자녀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주부 호아무개(37)씨는 “주말이면 광화문 주변에 갈 수 없어 그 근처에 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는데, 거주지까지 찾아오는 건 너무하다”며 “아이가 ‘야동이 뭐야’ 물어볼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나머지 헌재 재판관 7명 집 앞에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박윤성 부방대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자택 부근에서 규탄 시위를 하면 (재판관들의) 동네 평판이 안 좋아져 굉장히 부담을 느낀다”며 “인터넷 수사대가 다른 재판관들 (자택 주소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신변 위협 우려가 커지면서 경호도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헌재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상시 경호 대상인 문 권한대행뿐 아니라, 다른 재판관 7명도 개별 경호를 하고 있다. 헌재 재판소장 외에 재판관 전원이 경호를 받는 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