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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킬러의 성장과 치유 이야기 담은 액션 누아르"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출품해달라 요청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 선 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더 이상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고 밀려나는,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서 삶의 의지를 다시 확인하는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더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장르 영화로서 쾌감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허스토리'(2018)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신작 '파과'를 들고 제75회 베를린영화제를 찾았다. '파과'는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16일 밤(현지시간) 처음으로 상영됐다. 지난 14일 만난 민 감독은 액션 배우로 변신한 이혜영의 연기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연기생활 45년 차 대배우 이혜영은 '파과'에서 60대 여성 킬러 조각 역할을 맡아 액션 배우로 변신했다. 최근 그는 드라마에서 '사모님' 역할로 많이 나왔고 영화는 주로 홍상수 감독과 작업했다. 민 감독은 "그동안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고 무너져 가는 노년의 이미지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며 "그래서 조각이라는 캐릭터와 이혜영의 만남을 영화로 보는 건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1975년 주한미군을 상대로 장사하는 한 식당에서 시작한다. 식모살이를 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조각(어린 시절 역 신시아)은 자신의 '쓸모'를 알아봐 주는 식당 주인 류(김무열)에게서 킬러 수업을 받는다. 청부살인이지만 돈만 좇지는 않는다. 사회를 좀먹는 벌레 같은 인간들을 박멸하는 신성한 일을 한다고 해서 회사 이름이 신성방역이다.

'파과'
[NEW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은 수십 년간 실수 없는 깔끔한 일 처리로 신성방역의 '대모'가 됐다. 그러나 환갑을 넘긴 킬러 조각은 칼끝에 감정을 싣지 않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기도 한다. 회사는 사회를 깨끗이 한다는 오랜 원칙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야심만만한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가 영입되면서 조각에게 화살이 향한다. 회사 경영진과 투우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조각을 압박한다. 평범한 회사 같으면 '나가라'는 신호다. 그러나 투우가 회사에 합류한 이유는 평범하지 않다. 이야기는 조각과 투우의 핏빛 맞대결로 흐른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파과(破果)는 흠집 난 과실이라는 뜻이다. 영화에서 물러진 과일이 늙어버린 킬러의 메타포로 등장한다. 파과(破瓜)는 여자 나이 16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민 감독은 소설 속 60대 노인 킬러에 매력을 느껴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장르적 설정은 있지만 심리 묘사와 문체가 더 장점인 소설이어서 새롭게 가공하는 시간을 거쳤다"며 "원작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새 이야기를 써서 멀리 갔다가 다시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로 돌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중간 지점에서 정리가 됐고 액션 누아르 정체성은 더 명확해졌다"면서 "인물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과' 해외 포스터
[NEW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 감독은 2009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음식과 환경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베를린영화제를 찾았었다. 이번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트리샤 터틀 집행위원장이 '파과' 트레일러(짧은 편집본)를 보고 완성본을 출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민 감독은 사극부터 SF까지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미장센으로 호평받아 왔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 연출한 장편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는 흥행 대박이 난 전편 '여고괴담'(1998)과 달리 '안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 감독은 "전편이 흥행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연출하고 세 번만 놀래 달라고 해서 세 번은 놀랬다"며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시아의 10대 여성이 어른 사회로 진입하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포는 형식으로 취했을 뿐 목적이 아니었다"며 "나한테 익숙한 정서적 이야기를 낯선 형식에 섞는 걸로 시작하다 보니 이후로도 새로운 장르가 형식으로 주어지고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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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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