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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서 황선홍, 하늘양 할머니와 함께 눈물 흘려
지난 15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케이(K)리그1 2025시즌 개막전에서 전반 31분 최건주 선수가 첫 골을 넣자 대전 선수들이 벤치 앞으로 몰려가 조용히 고개 들고 하늘을 가리키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하늘이가 하늘에서 응원해준다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자.”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올 시즌 첫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에게 ‘오늘 하늘이를 위해 뛰자’고 말했다. 지난 10일 학교에서 교사 손에 목숨을 잃은 김하늘(8)양은 생전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즈 중 하나인 ‘유토피아’였다. 올 시즌 첫 홈경기에 입고 가려 아껴둔 새 유토피아 점퍼를 입어보지 못한 채, 하늘양은 개막전을 하루 앞둔 14일 대전추모공원에 영면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프로축구 K리그1 2025시즌 개막식에서 관객들이 고 김하늘(8)양을 추모하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늘양의 발인 다음날 열린 케이(K)리그1 2025시즌 개막전에서 포항스틸야드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과 양 팀 선수단은 한마음으로 하늘양을 추모했다. 경기에 나선 대전 선수들은 왼팔에 검은 밴드를 찼고, 검정 넥타이를 맨 황선홍 감독의 가슴에도 기억을 다짐하는 검은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킥오프 직전 필드에 선 선수들과 1만 관중 모두 고개를 숙여 하늘양을 위해 묵념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전반 31분 최건주 선수가 첫 골을 넣자 대전 선수들은 일제히 벤치 앞으로 몰려가 조용히 고개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 순간 원정팀 응원석의 대전 팬들은 ‘가장 예쁜 별에서 언제나 웃음 잃지 말길’이라 쓰인 펼침막을 흔들며 환호했다. 맞은편 홈팀 응원석의 포항 팬들도 승부를 떠나 ‘하늘아 그 별에서는 마음껏 뛰며 놀아’, ‘어른들이 미안해’라고 적힌 펼침막을 높이 들었다. 경기 결과는 3 대 0 대전의 승리. 대전이 포항을 상대로 이긴 건 15년 만의 일이었다.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과 전국의 축구 서포터즈들이 고 김하늘(8)양 빈소에 보낸 근조화환들. 최예린 기자
아빠 못지않은 축구 팬이었던 하늘양의 빈소엔 전국 프로축구단과 서포터즈가 보내온 화환이 가득했다. ‘유토피아’ 삼촌·이모·언니·오빠들은 하늘양의 장례 시작부터 끝까지 8살 ‘축구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의리를 지켰다. 생전 하늘양이 좋아한 대전의 주세종 선수도 빈소가 마련된 첫날 하늘양을 보러 와 기도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12일 하늘양 빈소를 찾아 유족을 직접 위로했다. 범행 장소에서 손녀를 처음 발견한 하늘양 할머니는 황 감독이 감싸안으며 토닥이자 흐느껴 울었고, 황 감독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경기 승리 뒤 황 감독은 “경기 전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하늘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우리 선수와 팬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박규현 선수도 경기 뒤 “우리 대전 서포터즈의 자녀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누가 되든 첫 골을 넣는 순간 우리끼리의 세리머니는 자제하자고 했다”며 “하늘양이 위에서 우리를 응원해줬고, 그 덕분에 오늘 경기 결과도 좋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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