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미, 듣는 우크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등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 행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루비오 국무장관 등 고위급
러 측과 사우디서 회동 예정”
CNN 등 미국 언론들 보도
개전 후 3년 만에 대화 재개
“미국, 안전보장 준비 안 돼”
젤렌스키, 희토류 요구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 라인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 측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CNN 등 미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협상팀도 회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CNN은 두 명의 소식통 전언을 인용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사우디에서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며, 회동이 수일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15~18일 이스라엘,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까지 중동 순방에 나설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리는 아마도 사우디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미·러 정상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중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러 회동이 성사된다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3년 만에 양국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러시아 협상팀에는 정치·정보·경제 분야 고위 인사와 미·러 간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담당했던 러시아 관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협상팀은 미·러 회동에 참여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도 회동에 참여한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하며 “협상 테이블에 논의할 가치가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러시아는 협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도 종전 협상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종전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연합(EU) 간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J D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은 지난 14일 뮌헨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미국이 안전보장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AP통신에 “나는 미국과의 광물 협정에 서명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면서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보호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 제안에 이론적으로는 수긍했지만, 안전보장 관련 내용이 협정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미국 측에 물었으나, 미국 협상단은 이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미국이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내 미국 자산이 있으면 러시아가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란 논리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종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기 위한 미국의 분명한 안전보장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향해 “허황된 목표를 버리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숙원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종전 후 미군 주둔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