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형식(64·사법연수원 17기) 주심 재판관의 군기반장 면모가 화제다. 8명 재판관 중 유일한 윤 대통령 지명 몫인 그는 당초 보수 진영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8차 변론까지 진행한 결과 진영을 가리지 않는 송곳 같은 질문과 호통으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을 매 기일마다 일희일비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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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질책한 정형식…증거 채택 항의에도 직접 반박
정 재판관은 지난 13일 8차 변론기일에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가장 먼저 신문해 핵심 쟁점에 대한 증언을 끌어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나?” “워딩(발언)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가 맞냐”고 거듭 물어 모두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조 단장의 답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한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왔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본인 형사재판을 이유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한 것”(지난달 23일 4차 변론기일)이란 주장을 폈다. 그런데 정 재판관 신문 때 현장 지휘자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조 단장을 압박하자, 정 재판관이 강요하지 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임무 분석을 오버한 것 같다”거나 조 단장이 검찰 진술과 달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윽박지르자, 신문을 제지하고 “맥락을 끊고 답을 강요하듯이 질문하시면 어떡하냐. 됐다(그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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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곽종근에 송곳 질문…보수 유튜브 “명재판관”
그렇다고 정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태도만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정치인 체포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 내용에 대해 위치추적, 검거 지원을 요청받았다면서 메모엔 ‘검거 요청’이라고 쓴 걸 집요하게 질문한 끝에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또 지난 6일 6차 변론기일에선 계엄 직후부터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안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검찰 조사, 국회 등에서 표현이 달라진 허점을 짚어내기도 했다. “(목적어를)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의원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말하라”고 지적하자, 곽 전 사령관이 ‘의원’을 ‘인원’으로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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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층 “정형식, 우리 편 맞냐”…野 “충격 빠진 듯”
하지만 7·8차 변론기일에서 정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직접 반박하는 모습을 거듭 보이자 윤 대통령 지지층은 혼란스러운 기류다. 2023년 12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적격’ 의견을 내는 등 줄곧 정 재판관이 편향됐다고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충격받은 것 같다”(김한규 의원, 16일 CBS 라디오)는 말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좌표 찍기’ 등을 주도해온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나 ‘미국 정치 갤러리’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7차 변론기일 이후부터 “정형식 갑자기 왜 이러냐” “정형식도 못 믿겠다” “우리 편이 맞느냐” “문형배와 한통속 같다”는 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칭찬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을 진영 싸움의 일원으로 보는 선입견 탓에 벌어진 혼란”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재판관은 법관들 사이에서 ‘산신령’이라 불릴 정도로 정통파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재판관의 질문을 그때그때 ‘우리 편에 유리한지 아닌지’로만 따지려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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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질책한 정형식…증거 채택 항의에도 직접 반박
정 재판관은 지난 13일 8차 변론기일에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가장 먼저 신문해 핵심 쟁점에 대한 증언을 끌어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나?” “워딩(발언)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가 맞냐”고 거듭 물어 모두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조 단장의 답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한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왔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본인 형사재판을 이유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한 것”(지난달 23일 4차 변론기일)이란 주장을 폈다. 그런데 정 재판관 신문 때 현장 지휘자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조 단장을 압박하자, 정 재판관이 강요하지 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임무 분석을 오버한 것 같다”거나 조 단장이 검찰 진술과 달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윽박지르자, 신문을 제지하고 “맥락을 끊고 답을 강요하듯이 질문하시면 어떡하냐. 됐다(그만하라)”고 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증인신문 방식을 질책하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윤 대통령 측을 향한 반박은 지난 11일 7차 변론기일에서도 보였다. 계엄 관련자들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긴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쓰는 것에 윤 대통령 측이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항의하자 “헌재는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이라는 사정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傳聞法則)을 완화해 적용해 왔다”며 배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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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곽종근에 송곳 질문…보수 유튜브 “명재판관”
그렇다고 정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태도만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정치인 체포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 내용에 대해 위치추적, 검거 지원을 요청받았다면서 메모엔 ‘검거 요청’이라고 쓴 걸 집요하게 질문한 끝에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또 지난 6일 6차 변론기일에선 계엄 직후부터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안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검찰 조사, 국회 등에서 표현이 달라진 허점을 짚어내기도 했다. “(목적어를)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의원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말하라”고 지적하자, 곽 전 사령관이 ‘의원’을 ‘인원’으로 정정했다.
보수 유튜브인 성창경TV(구독자 112만명)에 지난 7일 올라온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탄핵심판에 불붙인 홍장원 메모와 곽 전 사령관 진술의 신빙성을 파고들자 당시 보수 유튜브는 정 재판관에 열광했다. ‘명재판관 탄생. 송곳 질문으로 홍장원 곽종근 허위 진술 밝혀낸 정형식 재판관의 빛나는 활동’(성창경TV) ‘홍장원 박살 낸 정형식 재판관’(고성국TV), ‘판 뒤집는 정형식 재판관의 매서운 활약’(펜앤드마이크TV), ‘이재명 난리 났다’(진성호방송) 같은 찬양 영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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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층 “정형식, 우리 편 맞냐”…野 “충격 빠진 듯”
하지만 7·8차 변론기일에서 정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직접 반박하는 모습을 거듭 보이자 윤 대통령 지지층은 혼란스러운 기류다. 2023년 12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적격’ 의견을 내는 등 줄곧 정 재판관이 편향됐다고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충격받은 것 같다”(김한규 의원, 16일 CBS 라디오)는 말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좌표 찍기’ 등을 주도해온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나 ‘미국 정치 갤러리’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7차 변론기일 이후부터 “정형식 갑자기 왜 이러냐” “정형식도 못 믿겠다” “우리 편이 맞느냐” “문형배와 한통속 같다”는 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칭찬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최근 정형식 헌법재판관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법조계에서는 “재판관을 진영 싸움의 일원으로 보는 선입견 탓에 벌어진 혼란”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재판관은 법관들 사이에서 ‘산신령’이라 불릴 정도로 정통파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재판관의 질문을 그때그때 ‘우리 편에 유리한지 아닌지’로만 따지려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