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이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 확보 임무를 맡았던 계엄사령부 수사2단 핵심 관계자들이 ‘내란 비선’으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부정선거 자료를 돌려보며 선관위 출동을 준비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정성욱 정보사 대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오후 5시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손님 2명이 가니까 네 사무실(경기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서 대기를 시켜라. 손님 오시면 저번에 노상원 전 사령관이 지시해 정리했던 부정선거 자료들을 손님들에게도 전달해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손님 2명’은 계엄사령부 비공식 조직인 ‘수사2단’의 단장·부단장으로 각각 내정된 구삼회 전 육군 제2기갑여단장(육사 50기)과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51기)이었다. 정 대령은 “둘 다 사복을 입고 있었다”며 “노 전 사령관의 요청으로 작성했던 부정선거 유튜브 정리 자료를 가져다 드렸고, 두분이 부정선거 자료를 보면서 계엄 시 합동수사본부 관련 대화를 나눠 ‘아, 계엄이 있으려나 보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 자료 요약을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지난해 11월 보안 메신저 앱인 시그널을 통해 “내가 예비역 장성 교육자료를 만드는데 자료 정리를 좀 해달라”며 부정선거 유튜브 영상 3∼4개를 보냈다고 한다. 투표용지가 뜯기고 도장이 제대로 안 찍힌 사진 등이 담겼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앞서 구 전 여단장에게도 ‘4·15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책 내용을 정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3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가짜 국회의원을 찾기 위해 선관위 서버를 포렌식해야 한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장관도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부터 ‘왜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는지 이 기회에 제대로 규명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했다. 부정선거론을 제기해온 단체의 대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로,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대리인단으로 합류했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비상계엄을 선포한 핵심 명분으로 ‘부정선거론’을 앞세우고 있다.
비상계엄 당일 밤 9시께 문 전 사령관도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로 합류했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직원들의 이름·사진이 나온 배치표를 공유하며 중앙선관위 출동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 문 전 사령관은 이른 아침에 부대 밖으로 떠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