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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가 5·18민주화운동이 전개된 옛 전남도청 앞에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을 놓고 광주시민들이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15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금남로3∼4가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옛 전남도청에서 300m가량 떨어진 장소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왼쪽 사진), 반대(오른쪽 사진)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집회에 1만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신고했고, 집회가 끝난 후에는 “15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 3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금남로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그동안 광주에서 열렸던 보수진영 집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에서는 2019년 5월 18일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1000여명이 충장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보수단체는 39주년 5·18 기념식 당일 광주 집회를 열고 ‘5·18 유공자명단 공개’ 등을 촉구하며 시위·행진을 벌였다. 이날은 진보단체도 옛 전남도청 앞인 5·18민주광장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었으나 양측의 충돌 없이 집회와 행진이 마무리됐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2019년 5월 1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5·18 유공자명단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수단체가 광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에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맞불 집회’를 벌였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은 금남로1~3가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광주·전남 국회의원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소나무당·정의당 등 야권 인사들도 대거 동참했다. 경찰은 이날 광주비상행동이 주최한 집회에 2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금남로에는 50m 거리를 두고 탄핵 찬성·반대 측 집회 무대가 각각 설치됐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세우고 경력 400여명을 투입해 집회 참석자들의 이동을 원천 차단했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 사전행사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효선(58·여)씨는 “금남로는 5·18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장소”라며 “계엄군이 발포한 총탄에 맞아 시민들이 숨져간 전남도청 앞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여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5·18과 계엄령의 아픔을 겪은 시민들에게 계엄 옹호 집회가 얼마나 큰 폭력이 되는지조차 모른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보수단체가 버스를 이용해 전국에서 총동원해서 광주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은 5·18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영록 전남지사는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민주의 성지, 광주에 내란세력이 총집결해 세를 과시하려고 전세버스로 전국에서 모여들었다”며 “무도한 세력의 헌정 유린 몰염치를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의와 법치가 무너지고, 광주·전남 피의 희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불의는 정의를 이길 수 없다. 광주·전남 시·도민의 정의로운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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