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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층 배관실서 용접한 6명 조사
“용접 중 불꽃” 발화장소 배관실 추정
“장례부터 치르자”는 말에 유족 ‘눈물’
14일 화재가 발생한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 부산경찰청 제공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는 배관실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불씨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건물은 최고급 호텔(리조트)로 준공검사까지 받았으나 자동화재신고장치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급’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16일 반얀트리호텔 공사 참여자의 목격담 등을 종합하면 B동 1층 수영장 일대에서 인테리어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이 배관실(PT룸)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불이야”를 외치고 사고 현장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대피했다. 불은 B동과 C동을 연결하는 로비동까지 삽시간에 번졌으며 인테리어 자재들이 타면서 1층 내부는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경찰은 이날 1층 배관실에서 용접작업을 한 작업자 6명을 불러 화재 당시 상황을 조사했으며 “배관실에서 불꽃이 발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경찰은 14일 화재 직후 목격자 조사에서도 1층 인테리어 작업자들로부터 같은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용접과정에서 튄 불꽃이 인테리어자재로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사와 작업자 등을 상대로 용접작업의 구체적인 공정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이날 합동감식을 하면서 배관실 배관 주변에서 화재현장 감정물(휴대전화, 안전모, 조끼 등)을 수거했다. 발화원인을 밝히기 위해 작업자 진술과 함께 폐쇄회로(CC)TV 영상에 찍힌 현장 출입시간 등을 확인하고 있다.

16일 부산 반얀트리호텔 화재의 합동감식을 위한 사전회의가 열리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소방당국은 이날 합동감식에서 반얀트리호텔에 자동화재신고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소방 관계자는 “자동화재속보설비(자동화재신고장치)는 설치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라며 “화재가 일어난 14일 오전 10시51분쯤 건설현장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화재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있었다면 보다 이른 시간에 화재신고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경찰은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직후 작업자 수십명을 상대로 목격자 진술을 받았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1명뿐이었다. 경찰은 최근 대형 건물의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감지해 살수하고, 자동으로 소방서나 119에 신고를 하는데 자동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번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건물사용승인(준공검사)을 받았는데도 두 달 가까이 공사를 진행한 점을 주시하고 잔여공사가 많은데도 사용승인이 난 점 등 준공을 전후한 각종 인허가 과정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 밖에 노동자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반얀트리호텔 화재 사고의 유족들은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숨진 A씨의 유족은 부산 해운대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고를 당한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고 회사는 장례부터 치른 뒤 합의하자는 식”이라며 “병사도 아니고 어떻게,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장례를 치르냐”고 말했다. 이어 “불이 날 만한 환경에서 작업할 때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왜 우리 가족만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공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회사에서 재촉한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꼭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다 숨진 B씨의 가족은 “원청인 삼정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산재보험 가입도 안 해놨다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삼정측은 장례부터 치르자고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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