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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5
대한민국 국회, ‘9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수상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못 했으면 나라 망했을 것
윤 대통령에 맞선 국민의힘 의원 18명 기억해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상정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진성준 정책위의장을 불러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의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은 2011년 12월 작고했습니다. 평생 민주주의자로 살다 간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6년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이 만들어졌습니다. ‘김근태의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한반도재단’(김근태 재단)과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제정했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공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를 매년 선정해 상을 줍니다.

2016년 1회 수상자는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였습니다. 2회는 윤민석(민중가요 작곡가), 3회는 재일한국인 양심수동우회였습니다. 3회에는 울산 중구 태화동 리버스위트 입주민들이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주민투표로 관리비를 인상하고 경비원 인력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4회는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몽당연필’(대표 권해효), 5회는 코로나 극복에 기여한 대한간호협회(대한민국 간호사 일동)였습니다. 6회는 명필름(대표 이은 심재명)이었고, 김용균 재단(이사장 김미숙)이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7회는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판셀로가 수상했습니다. 8회는 박정훈 대령과 군인권센터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번 9회 수상자는 ‘대한민국 국회의장 우원식’이었습니다. ‘전봉준투쟁단’이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식은 2월 14일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국회의장이 상을 받는 게 좀 이상하지요? 선정위원회에 문의했더니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신속히 결의해 민주주의를 사수한 국회를 대표해서 수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대한민국 국회에 상을 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상 결정문에 그 이유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나 있습니다. 인용하겠습니다.

“계엄군의 차량을 몸으로 막고 차가운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국회 진입을 막은 시민들, 맨몸으로 총구 앞에 선 보좌진들, 사력을 다해 국회를 사수한 사무처 직원들, 담을 뛰어넘어 본회의장을 지킨 국회의원들과 우원식 의장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라는 희망이 있어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다며 계엄군에 짓밟힌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김근태의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은, 어떤 위협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낮추지 않는 행동으로, 제도적인 절차로, 국회 안과 밖을 뜨겁게 연결하는 신뢰와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12월 3일, 민주주의를 지켜낸 그 날의 대한민국 국회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시민들, 보좌진들, 국회 사무처 직원들, 국회의원들을 대표해서 대한민국 국회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김근태상 선정위원회가 대한민국 국회에 상을 준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국회는 그동안 억울하게 너무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람이든 기관이든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칭찬해줘야 앞으로 더 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한마디로 천덕꾸러기입니다.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언제나 꼴찌입니다. 국회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됐지만 한반도 남쪽은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1948년 5월 10일 국민의 대표인 제헌국회 국회의원이 선출됐습니다.

제헌국회는 7월 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7월 20일 이승만 국회의장을 초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습니다. 국회의원-국회-국호-헌법-대통령-정부 순서였던 것입니다.

국회의원과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입니다. 정치 그 자체입니다. 실제로 정부 수립 이후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존경받았습니다. ‘가려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의 선량(選良)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독재자들은 국회의원과 국회를 탄압했습니다. 국회의원과 국회는 독재자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르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2대 총선에서 패배해 국회 선출로는 재선이 어렵게 되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병대를 시켜 야당 의원 50여명을 연행했습니다. 군과 경찰로 국회를 둘러싼 가운데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한 개헌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부산 정치파동’입니다.

1961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은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었습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10월 유신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국무회의를 입법부로 삼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은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었습니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이뤄지고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국회는 비로소 정치의 중심으로 제자리를 찾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 3당 합당으로 다시 정치의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그 뒤로는 대기업, 검찰, 관료, 언론이 국회를 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출 권력인 국회의 힘을 약화해야 비선출 권력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반정치주의와 정치 혐오증이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한강에 정치인과 수녀님이 빠지면 한강 오염을 막기 위해 정치인을 먼저 건져야 한다는 개그가 유행했습니다. 언론은 매번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국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발언한 것도 바로 그런 반정치주의의 연장이었습니다.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기관 신뢰도 조사가 있습니다. 국회는 언제나 꼴찌입니다. 시민단체, 검찰, 노동조합보다 훨씬 낮습니다.

‘전국지표조사’에서 2022년 12월, 2023년 12월, 2024년 12월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조사해서 발표했습니다. 국회는 2022년과 2023년 15%로 영락없이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2월 조사에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국회 신뢰도가 41%로 급상승한 것입니다. 검찰 신뢰도 28%, 정부 신뢰도 31%보다도 높았습니다.

2024년 12월 19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왜 그랬을까요? 조사 기간이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로,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12월 14일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론조사를 한다면 국회 신뢰도가 다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국회 신뢰도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독재자와 쿠데타 세력과 대기업, 검찰, 관료, 언론이 끊임없이 반정치주의와 정치 혐오증을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기득권 세력이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할 수는 없으니까 정치를, 특히 국회를 부정하고 공격한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12·3 비상계엄의 의미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와 국회를 부정하고 공격해 온 기득권 세력의 대리인입니다. 가히 반정치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을 계엄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포고령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와 국회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반정치주의 그 자체입니다.

그날 밤 국회가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국회는 해산되고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설치됐을 것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수많은 정치인은 체포돼서 고문을 받거나 죽었을 것입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엠비시, 제이티비시 등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도 이뤄졌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치가 붕괴했을 것입니다. 나라가 망했을 것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사진

그래서입니다. 12월 3일 밤 계엄군과 경찰의 저지를 뚫고 국회 담장을 넘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190명의 의원에게 우리 모두 감사해야 합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 계엄 해제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주진우·조경태·한지아 의원입니다. 용감한 국민의힘 의원들입니다.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회가 반정치주의 세력과의 전면전에서 승리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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