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등판은 하되 가능성은 거의 없어” 예측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제안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주간경향] “등판은 한다. 그러나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국민의힘 주변 정치권·정치평론가 대다수가 내놓은 답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거론되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한동훈은 분명 ‘언더독’ 주자라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출마하려는 의지는 뚜렷해 보인다. 어떤 생각일까.
“2말 3초.” 한동훈 측이 제시하는 그의 대선 출마 시점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3월 초로 예상된다. 탄핵소추가 인용된다는 걸 전제로 거의 인용과 동시에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종인·조갑제·유인태 등 여아를 가리지 않고 원로들을 만나 조언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라디오 시사 방송에 출연한 언론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동훈과 만난 사실을) 나는 공개하지 않았으니 한 측에서 언론에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측의 ‘언론플레이’다. 지난해 초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측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여론몰이’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만약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어떤 형식이 될지 뻔히 예상한다. 기자회견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대신 보수 메이저, 조·중·동 중 한 매체를 골라 한 면을 털어 실어주는 대면 인터뷰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조기 대선이 열리면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사의 예측이다. 그러나 대권을 염두에 뒀다면 2024년 총선 때 배지를 달아 원내에 들어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한동훈의 첫 번째 ‘패착’이라는 게 이 인사의 평가다.
정치평론가들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태극기 세대를 지지기반으로 두는 냉전 보수가 아니고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인정하는 탈냉전 스마트 우파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1973년생 한동훈’은 여전히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총선 때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출마를 하지 않은 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었겠지만, 의원이 됐다면 연단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의정활동이든 뭐든 자연스럽게 활동을 개시할 수 있었다. 국회 인프라든 기자들과의 연계망이든 그때그때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3강 1중으로 분류했다. 3강은 김문수·홍준표·오세훈이다. ‘1중’이 한동훈이다.
당심·확장성·개혁성 모두 다른 주자에 선점당해
“당심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점했고, 확장성 면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점했다. 딱히 한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해도 지지율이 올라갈 데가 없다. 중도층이나 진보 성향에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쪽도 이미 유승민이 선점했다. 말하자면 지금 한동훈은 삼면으로 포위된 상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의 말이다. 엄 소장은 다른 국민의힘 주자들과 달리 ‘위드후니’ 등 팬덤의 존재도 당내 경선을 넘어 대선 경쟁력에 현재까지는 유의미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선주자가 되려면 세대나 이념·지역 등이 진지·참호를 구축해야 한다. 한동훈의 ‘참호’라면 위드후니를 들 수 있는데 정체성이 모호하다. 연예인 팬클럽처럼 느슨한 팬덤인데 이걸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당심에서 김문수가 구축한 진지는 공고하다. 대구·경북이나 국민의힘 지지층 60대 이상 보수층에서 확고한 지지 성향이 있다. 2030 남자는 홍준표가 앞서 있다. 그나마 명분인 탄핵 찬성도 나뉘어져 있다. 유승민·안철수·오세훈까지. 지금 조기 대선 국면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탄핵심판이 나오기 전까지 공개적으로 출마 선언이나 대선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탄핵심판 뒤에는 두 달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러면 경선은 3주다. 한동훈이 경선을 넘어 후보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 총괄실장을 역임한 신용한 서원대학교 석좌교수 역시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단언한다. “룰과 시간에 답이 있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22년 대선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예선은 2021년 9월, 10월, 11월 세 번에 걸쳐 1, 2, 3차 예선을 치렀다. 1차와 2차의 선거인단, 여론조사 비율은 2:8, 3:7의 룰이었고 본경선인 3차가 5:5였다. 그런데 조기 대선이면 한 번밖에 못 한다. 결국 당헌당규에 따라 5:5 경선 룰만 적용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예측은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지난 2022년 경선의 형태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뤄진 2017년 대선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리라는 것이다.
“이 당의 대주주는 TK(대구·경북)·PK(부산·경남)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면 반성·혁신 경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당으로선 불행한 일이다. 국민의힘 기득권 의원들이 관심이 있는 건 당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 헌법재판소에 가서 ‘알현정치’를 하고 동대구역 광장에 가서 탄핵 반대·부정선거 주장 집회에 얼굴을 비치는 것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후 그 수모를 겪고도 빨갱이 타령만 하는 홍준표를 선택했듯 그때의 나쁜 학습효과로 복원력은 빨라졌다. 대선 전에 이 사람들이 합리적 보수로 돌아올 가능성은 작아졌다.”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윤석열과 ‘손절’하고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역시 “태세 전환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 대선에 후보로 나서려면 지금부터 노선을 정해놓고 ‘빌드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도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윤석열 사수를 외치는 극우세력 쪽과 양다리를 걸치는 형태로 가고 있다. 막상 인용 후에 태도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도 마찬가지다. 탄핵 찬성의 명분이 있더라도 ‘당신도 윤석열 후광으로 큰 사람 아니냐’, ‘검사 출신 아니냐’는 비판을 넘어서긴 힘들다.”
국민의힘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 김상욱 울산 남구갑 의원, 류제화 세종시갑 당협위원장, 김준호 전 대변인 등이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짜기위해 1973년 생 이하 정치인들이 뭉쳐 만들었다는 ‘언더73’ 팟캐스트는 그동안 국민의힘 당내에서 숨죽이고 있던 친한계가 본격 세 규합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는 전망을 낳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동훈 ‘계엄 해제 18명 동지’부터 규합해야”
“1992년 김영삼이나 2002년 노무현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가능성은 참모들이 따지는 것이고 리더는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언더73’ 등 측근 그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을 만나는 등의 행보를 통해 PK를 정치적 교두보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공 평론가는 “한동훈의 가장 큰 지역적 기반은 서울·수도권”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PK를 TK와 분리해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영남 보수 필패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후보가 되려면 당내 경선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경선에서 주적이 명확해야 한다. 한동훈의 주적은 김문수다. 김문수와 싸우는 것은 윤석열과 싸우는 것과 같다. 김문수의 가장 큰 맹점, 대선에서 영남 보수필패론으로 공략해야 한다. 왜? 확장성이 제로(0)니까. 박근혜나 이명박 역시 영남 보수 후보였지만 이명박은 서울시장이었고, 박근혜는 김종인·이준석을 끌어들여 과감하게 접근했다. 지금 김문수에게는 두 전씨(전광훈·전한길)밖에 없다. 노무현이 이인제 필패론을 주장해 후보가 됐듯, 한동훈은 김문수·영남 보수 필패론을 펴야 한다.”
그는 대선주자로서 한동훈은 국민의힘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 정치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지난 12·3 비상계엄 해제에서 세운 ‘공적’을 부각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86세대들이 젊은 시절 한때 군사독재에 맞서 짱돌 던진 경력을 평생 우려먹는 것처럼 12월 3일 밤부터 4일까지 심야 계엄 해제 결의는 한동훈에게 강한 명분을 가져다줬다. 예컨대 오세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이외에 계엄 해제에 이바지했다는 기록이 없다. 계엄 해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 만으로는 반쪽짜리이고, 한동훈과 국민의힘 18명의 동참으로 최종 완성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동훈뿐 아니라 당시 계엄 해제에 동참한 국민의힘 의원 18명에게도 그날의 결단과 행동은 평생 자랑할 만한 훈장이다. 한동훈이 대선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이 18명을 ‘평생 동지’로 규합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