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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덕분에 상승, 머스크 때문에 하락
서학개미 2월 한달 테슬라 ‘폭풍 순매수’
성공적 ‘물타기’ 될까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머스크 X 캡처


“아...팔란티어 살 걸”

테슬라 종목토론방에서 나온 말입니다.

‘국민서학주’ 테슬라 주가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역대 최고점을 찍자마자 조정을 받은 데 이어서 최근에도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종목들의 주가는 치솟다 보니 테슬라 주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전부터 보유한 주주라면 여전히 ‘수익권’이지만, 12월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투자한 ‘서학개미’라면 머스크도 보기 싫어질 판입니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관세 충격,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머스크 CEO에 대한 리스크가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떠오른 만큼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폭등했지만, 생각보다 수혜를 본 것이 없고 머스크가 반감을 사는 행동만 하다 보니 주가가 불안해졌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머스크 덕분에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를 반영해 국내 투자자들도 하락하는 주가에 개의치 않고 테슬라 주식을 연일 사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90% ‘폭등’했던 테슬라, 트럼프 취임 후엔 16% ‘급락’



지난 1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주당 328.50달러(약 47만4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320.72달러) 이후 최저 종가입니다. 지난해 12월 17일 기록한 역대 최고 종가(479.86달러)와 비교하면 약 한 달 반 만에 31.5%나 급락했습니다. 이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도 약 3986억달러(약 575조4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시총의 1.6배 수준에 달합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 역대 최고 종가를 경신하기까지 한 달 반 만에 주가가 90%나 폭등했는데 정작 지난달 트럼프 취임 이후엔 주가가 내리막길만 걸은 겁니다.

지난 연말부터 차익실현·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우려·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1차 조정기가 왔다면 지난달 21일부터 주가가 16%(13일 기준) 하락하는 등 2차조정기가 닥친 모양새입니다. 공교롭게도 머스크 CEO가 ‘나치식 경례’로 논란을 빚은 이후 첫 거래일부터 주가가 조정을 받은 셈입니다.

머스크 보고 오른 주식, 머스크 보고 떨어지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것은 당연히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자 오른팔인 머스크가 영향력을 확대해 자율주행 등 테슬라에 필요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뒤엔 이 같은 기대감이 더욱 커져 주가를 밀어 올렸죠.

그런데 지금까지도 규제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주가 상승을 정당화했던 호재가 사라진 거죠. 이 가운데 머스크의 행보가 테슬라에 일부 ‘악재’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머스크는 유럽의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우클릭’ 행보를 보였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서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테슬라를 사려는 고객들에게도 ‘비호감’ 이미지를 굳힌 것이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내 테슬라 차량 판매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59.5% 급감해 시장점유율도 14%에서 4%까지 떨어졌습니다. 프랑스(63.4%), 스웨덴(44.3%), 노르웨이(37.9%)에서도 판매량이 두 자릿수나 줄었습니다. 영국에선 처음으로 테슬라의 최대 경쟁사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테슬라의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위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공들인 중국 시장에서도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테슬라 판매량(6만3238대)은 전년 동월 대비 11.5% 감소한 반면 BYD는 판매량(29만6446대)이 같은 기간 47.5% 늘어났습니다. 11일 BYD가 거의 모든 차종에 자사의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天神之眼)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경쟁 심화 우려에 이날 주가는 6% 넘게 급락했죠.

이 외에도 부진한 4분기 실적, 미국의 맥시코·캐나다 및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최근엔 머스크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를 인수 의사를 드러내면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머스크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에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죠.

지금이 제일 ‘싸다’···묻고 ‘더블’로 테슬라 레버리지 사는 서학개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그렇지만 실적이 부진해도, 판매량이 떨어져도 주주 입장에서 믿을 건 머스크밖에 없습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펀더멘탈과 완전히 분리됐다(JP모건)”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실적과 무관하게 머스크를 믿고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사들인다는 것이죠. 실제로 13일 테슬라 주가가 5.77% 반등한 것도 DOGE 수장인 머스크의 정부 내 영향력이 강화돼 테슬라 관련 규제완화를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가가 부진한데도 머스크를 믿고 일단 ‘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3일 기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1위는 테슬라 주가 상승시 두배가 오르는 테슬라 레버리지 ETF ‘TSLL’로 나타났습니다. 이달에만 약 3억6290만달러(5243억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2위도 테슬라로 2억6955만달러(3894억원)를 순매수했습니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점 대비 내려가 있으니 반등을 기대해 ‘묻고 더블로’ 순매수에 나선 셈입니다.

서학개미의 성공적인 ‘물타기’가 될지, 테슬라의 부진이 더 길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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