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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 출신의 조선시대 충신 엄흥도를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울산 울주군에 세운 비석이 최근 이전 문제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주민들이 "비석은 (비석이 있는) 마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비석은 1998년 10월 울산시 문화유산자료 제10호로 지정된 울산 울주군 삼동면 '원강서원비'다. 최근 울주군 삼동면 청년회·발전협의회 등 일부 주민들은 울산시의회 김종훈, 홍성우 의원, 울산시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비석 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삼동면과 관계없는 비석 때문에 토지 매매, 건축 심의 등에서 제약을 받아 주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과 그 주변은 개발이 제한된다. 건설공사 등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민들은 이를 '재산권 침해'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비석을 이전하거나 문화유산 자료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면서 "비석 주변 500m 이내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각종 규제를 해제하는 것도 해결책이다"고 강조했다.
1998년 10월 울산시 문화유산자료 제10호로 지정된 울산 울주군 삼동면 '원강서원비'. 사진 국가유산포털
강원 영월 출신의 조선시대 충신의 비석이 울산지역에 세워지고 울산시 문화유산 자료로 지정된 유래는 단종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단종은 세조에게 쫓겨 강원 영월로 유배돼 1457년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조정 명에도 불구하고, 단종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이후 엄흥도는 영월에서 맡고 있던 관직(호장·戶長)을 내려놓고 울산으로 피신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후손들은 엄흥도가 울산에 피신해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울산지역에 그의 충절을 기리는 사찰 같은 상징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799년(정조 23년) 울산에 거주하던 후손들과 지역 유림이 사당 건립을 요청했고, 조정의 허락을 받아 울주군 온산읍 대정리 원강마을에 원강사를 세웠다. 1817년(순조 17년) 원강사는 원강서원으로 승격됐다. 이때 엄흥도의 충절과 행적을 담은 원강서원비(높이 2.12m)가 서원 내 충의문 옆에 세워졌다. 1876년엔 충의공 시호도 받았다. 이후 서원과 비석은 복원 등 과정을 거쳐 1988년 울산 온산공단 조성부지에 편입됐고, 1995년 다시 현재의 위치인 울주군 삼동면으로 옮겨졌다.
1998년 10월 울산시 문화유산자료 제10호로 지정된 울산 울주군 삼동면 '원강서원비'. 사진 울산시
울산시는 원강서원비 이전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원강서원비의 소유권이 영월 엄씨 문중에 있기 때문에 비석 이전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면서 "문화유산 지정 지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원강서원비를 그대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월 엄씨 문중의 한 후손은 "울산에서 불천위(사당에서 영구히 제사를 지내는 것) 가문은 드물고 귀하다"며 "조선시대 문화적, 역사적인 관점에서 원강서원비를 소중하게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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