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내란 공범이라는 확증”(지난 3일 박찬대 원내대표)
“우리는 최상목에 대한 탄핵안도 검토하고 있다”(지난 4일 강유정 원내대변인)
진보성향이 뚜렷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재판관 임명 촉구 결의안’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그러나 막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는 20일을 추가 변론 기일로 지정하자 민주당은 “20일로 변론 최후 절차가 마무리될 것 같다”(노종면 원내대변인)고 받아들였다. 한편, 헌재는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변론을 종결했다. 여전히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이전에 이 권한쟁의 심판의 결론을 먼저 낼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할 수도 있고 시간을 끌 수도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양쪽 모두 득과 실이 뚜렷한 상황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성룡 기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전까지 최 대행이 임명을 보류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보수’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재판관 8인 체제는 민주당 입장에선 불안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막말로 1명만 더 돌아서면 탄핵이 물건너가는 상황 아니냐”며 “주말마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 명이 몰리는 상황이라 당내에도 불안감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전격 임명해도 민주당 입장에선 곤혹스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리에 합류하면, 새로 온 재판관이 사건 기록 등을 확인하는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 재판 지연의 빌미를 주는 ‘계륵’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소속의 국회 탄핵소추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변론 갱신 절차가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절차가 끝나기 전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4월 18일 임기 만료)이 퇴임해 버려 7명만 남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변론 갱신 절차’ 때문에 재판이 장기간 멈춘 사례는 많다. 2021년 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1심 재판의 경우, 변론 갱신 절차에서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증인들의 신문 녹음 파일을 전부 다시 재생하자”는 주장이 받아 들여져 7개월이 추가 소요됐다.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윤 대통령 측이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갱신 절차 간소화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선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에 마 후보자 임명 거부에 관한 판단을 내려주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율사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신속성을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촉구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반면, 탄핵소추단 소속의 한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사람이 점점 많이 모이는 등 국민적 반발이 꽤 커지는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단장 등 국회 탄핵소추단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엔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만 앞둔 상황에서 권한쟁의 결론이 나는 게 최선”이란 희망도 있다. 탄핵 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에는 ‘선고 만을 앞둔 경우 절차 갱신을 밟지 않아도 된다’(제301조)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