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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 악성댓글. 게티이미지뱅크


배우 김새론(25)이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새론은 △이른 성공 △급격한 추락 △실패로 돌아간 재기 시도를 거쳐, 결국 비극적 죽음을 선택했다. 다시 일어서고자 했으나 세상에 짓밟혔던 젊은 배우의 몸부림은, 연예인에게 지고지순의 잣대를 들이대며 ‘무자비한 자숙’을 강요하는 한국 언론과 여론의 뒤틀린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김새론은 영화 ‘아저씨’(2010)에 출연하며 아역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드라마와 예능에 활발하게 출연했다. 그러나 2022년 만취 교통사고를 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방송사 출연 금지 명단에 올라 연예 활동을 멈춰야 했다.

이후 김새론은 여러 번 복귀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복귀작이 알려지면 ‘인성 논란’이 불거져 다시 하차해야 했다. 생활고 탓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기사에 ‘쇼를 한다’는 냉소가 쏟아졌다. 아홉 살에 데뷔해 연예계 말고 끼를 발휘할 곳이 없었던 배우가 고개를 들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끊임없이 ‘자숙이 부족하다’고 고개를 숙이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언론은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며 멍석을 깔아준 책임을 면키 어렵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좋아요’ 표시를 했다고 ‘자숙’을 운운한 기사가 있었고, ‘밉상’이나 ‘관종’(관심 끌려는 사람) 등 극단적 제목을 서슴지 않았다. 언론은 음주사고로 한 번, 복귀를 주저앉히는 기사로 또 한 번, 급기야 죽음으로 다시 한 번 김새론을 ‘조회수’에 이용했다. 깊이 자성하고 꼭 고쳐야 할 과오다.

인과응보에 민감한 한국 여론이 악습 철폐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한 만큼만 책임져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선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로 몰아선 안 된다. 연예인에게 ‘철저한 자숙’을 강요하며 용서를 허락하지 않는 무관용 문화가 계속된다면, 실수와 과오를 저지른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편이면 전과도 덮어주고 사면도 해주는 정치인보다, 연예인이 더 높은 도덕 기준을 적용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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