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에서 1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와 탄핵 찬성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맹비난했고, 오후 5시에 시작된 탄핵 찬성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 파면과 국민의힘 해체 등을 외쳤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지지자들은 “조기 대선 X, 조기 총선”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의 피켓을 들고 모여앉았다.
참가자들은 세종대로 10차로를 메운 채 놓여있는 의자에 하나둘 앉으며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비교적 날씨가 풀린 탓에 주로 얇은 등산복이나 재킷, 짧은 패딩 등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 가방과 주머니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꺼내 들었다. 오후 3시 기준 3만5000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윤예솔 기자
이날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집중 공격했다. 주최 측은 연단 위의 연설이 끝나면 ‘개판관’ 등의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을 틀거나, ‘문형배 로고송’을 공개하며 반복적으로 재생했다.
박태환(30)씨는 “지금 우리나라는 내전 중이다. 경찰, 검찰, 대법원까지 정치적 중립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도 자신의 명예와 인생을 걸고 부끄러움 없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57)씨는 “대구나 광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지만, 광화문 이승만 광장에 모이는 것도 의미가 있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1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5시부터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사거리에 있는 동십자각 인근에서 약 1만5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범시민 대행진’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등의 손피켓을 들었다. 무대에 오른 진행자는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겨냥해 “광주까지 우리 목소리가 들리도록 소리치자. 내란 세력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까지 이 자리에 모이자”고 외쳤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비상행동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만든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윤예솔 기자
일부 참가자들은 ‘자주독립’이라고 쓰여진 태극기가 그려진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주연(24)씨는 “보수집회에서 태극기가 악용되고 있는 것 같아 태극기의 원래 뜻을 담고자 새로 제작했다”며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에 제작해 함께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제발 덕질 좀 편하게 해 달라’, ‘2D아이돌 오타쿠 연대 한국지부’ 등 재치있는 깃발들이 K-pop 음악에 맞춰 흔들렸다. 고등학생 류모(19)군은 “이 일이 안 끝나면 공부도 못하고 대학도 못가면, 덕질도 못하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덕질을 통해 동참하고 싶어 깃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대규모 집회로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세종대로 양방향과 인도 통행을 제한했다. 집회가 열리는 동화면세점 인근부터 일민미술관 앞쪽까지 안전 펜스가 약 35m가량 설치돼 있었고, 경찰버스 10여대를 세워 안전사고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