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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찬·반 집회 3만여 명  운집
보수 단체, 민주화 상징 한쪽 '점령'
시민들 "내란 동조 세력이 능욕"
울분과 함성 뒤섞였지만 충돌 피해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왼쪽 사진), 반대(오른쪽 사진)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남로를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말인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의 하늘은 우울했다. 오전부터 잔뜩 찌푸린 겨울 날씨 영향도 컸지만 이게 결정적인 건 아니었다. 허튼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이 5·18민주광장과 연결된 왕복 5차로 도로 일부 구간을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오후 2~5시 1만여 명을 동원해 '국가 비상 기도회'란 이름으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45년 전 계엄군의 무자비한 군홧발을, 그리고 그들의 총칼에 무참히 쓰러진 광주 시민들의 피를 오롯이 받아냈던 땅 위에서 "윤석열"을 연호하며 옹호했다. 이 참담한 광경 앞에 선 시민들은 "민주화의 발판이었던 금남로가 짓밟혔다", "내란 동조 세력들에게 능욕 당한 기분"이라고 울분하며 가슴을 쳤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 당일 오후 보수 단체 인사들이 금남로 4가 금남공원 앞 인도에서 5‧18 폄훼 시위를 벌이며 마이크로 대중가요 '부산 갈매기'를 불러대고 5‧18을 조롱하던 기억이 오버랩된 탓이다.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 회원들이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세이브코리아 측이 '금남로 점령'에 나선 건 이날 0시쯤부터였다. 세이브코리아는 당초 오전 7시부터 금남로 3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 집회 무대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돌연 시간을 앞당겨 마치 군사 작전하듯 무대를 세웠다. 이날 오후 1시 넘어서 세이브코리아의 사전 집회가 금남로 300여 m 구간에서 시작되자 거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저마다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부정 선거 검증", "윤 대통령 탄핵 무효" "헌법재판소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연사로 집회 무대에 오른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오늘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위해서가 아니라 화합과 통합을 위해 모였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이후엔 야당 규탄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데 발언 대부분을 할애했다. 실제 그는 "12‧3 비상계엄은 곧 계몽령이란 것을 깨닫게 됐고,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무죄"라며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악질 알리기 위해 비상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집회 참석을 위해 서울서 내려온 최모(70)씨는 "광주 시민들이 한쪽에 너무 편향돼 있다"며 "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데, 광주 시민들이 (이런 데 대해)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용기를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분노 유발성 궤변에 가까운 이들의 말과 외침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이 집회 무대 뒤쪽에 설치한 차벽(車壁) 완충 구간(50여 m)을 넘어 5‧18민주광장으로 쪽으로 번졌다. 비슷한 시각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가 열리는 광장 쪽을 바라보며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주최 측이 대형 스크린 3개와 집회 무대를 설치한 터였다.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 사전 행사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말같지 않은 말'은 2시간여 뒤쯤부터 금남로 1‧2가와 5‧18민주광장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광주 시민들의 함성에 차츰 묻히기 시작했다. 광주 시민 2만여 명이 4시간(오후 3~7시) 동안 "윤석열 파면" 등을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목놓아 부르며, 차벽 반대쪽에서 넘어오는 '아무 말'들을 뒤덮은 것이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미치광이를 대통령 자리에 복귀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을 구하는 일이냐!" 광주 지역 1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비상행동이 개최한 이날 금남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벌집을 쑤시긴 왜 쑤시느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위경종 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금남로가 어떤 곳인데 불법 계엄을, 내란을 칭송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는 말이냐"며 "열불이 나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백성수(64)씨는 "차벽 뒤쪽(세이브코리아)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라고 분노했다.

이날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말과 "탄핵 무효"라는 말이 세게 부딪혔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 등 큰 불상사는 없었다. 일부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석자들이 금남로를 빠져나가면서 조롱하듯 "광주 시민 만세"를 외치며 시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이들에게 냉소를 쏟아내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했고, 세이브코리아 측도 집회 종료 후 참석자들에게 "탄핵 촉구 집회 장소 쪽으로 귀가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이들의 귀가 행렬을 지켜본 광주비상행동 측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금남로가 견뎌낸 시간은 이런 불의한 내란 선동 및 동조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게 무엇인지를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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