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1시간40분 발언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선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자들과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며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전씨는 15일 오후 보수기독교 단체 ‘세이브 코리아’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연 국가비상기도회 무대에 올라 1시간40분 동안 발언하며 “지난 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저는 처음에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윤 대통령이 왜 극단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전씨는 “그동안 먹고 살기에 바빠 175석 거대 야당 민주당의 반민주적이고 행정부와 국가를 마비시키고자 했던 수많은 패악질을 몰랐다”며 “민주당은 우리가 초등학교 사회책에서 배웠던 다수결 민주주의와 소수 의견 존중, 양보와 타협은 처음부터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이런 민주당의 패악질을 알리기 위해서 비상계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5·16 군사쿠데타 때 동원된 군은 2만6200여명, 12·12 때는 3만5천명이지만 윤 대통령 계엄 때는 국회에 280명만 동원했다.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숫자로 국회를 장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선포 6시간 만에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어 내란이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권 행사였다”고 했다.
전씨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배경에는 조부모, 부모 세대의 헌신과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냉전 속에서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3·15 부정선거의 과오가 있었지만 6·25 전쟁을 겪은 뒤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해 무려 70여년간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준 이승만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산업화의 영웅, 제조업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우리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씨는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의식한 듯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언급하지 않고 1997년 외환위기를 우리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극복한 과정을 설명했다.
전씨는 “민주화를 위한 광주 희생을 기억하자”고 발언하며 기존 극우단체와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혔다.
전씨는 “우리가 이렇게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1980년 정의로운 광주 시민들의 투쟁과 희생 덕분”이라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오늘 집회를 온라인 생중계를 보고 계신 분들도 독재자에 맞섰던 5·18 희생정신을 기억하자. 영국이 200년이 걸렸던 민주화를 우리나라가 40년 만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광주시민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극우 보수단체들이 주장해온 북한군 개입설이나 가짜 유공자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세이브 코리아쪽 집회에는 1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단체는 전국에 총동원령을 내려 대형 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회원들을 광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시민 정아무개(61)씨는 “시민들의 갈등은 모두 윤석열 탓이다. 탄핵 인용 여부가 빨리 결정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세이브 코리아 집회에서 5·18에 대한 왜곡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확인하면 5·18특별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