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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수주의연합 애니 챈 인터뷰 뒷이야기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애니 챈 회장님이 서울에 계십니다."
애니 챈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이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KCPAC 홈페이지 캡처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1일 오후 1시쯤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의 사무총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의 회장이자 KAFSP 이사장인 애니 챈(김명혜)이 지금은 KAFSP 사무실에 있고 4시간 후에 출국하니 만나보고 싶으면 지금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12.3 불법계엄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은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된 과정을 추적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이란 인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단체들을 설립한 '큰 손'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KCPAC를, 2021년에는 KAFSP를, 2022년에는 한미동맹USA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미국 보수 진영 최대 연례행사인 CPAC의 자매 단체격인 KCPAC는 CPAC 행사장에 홍보부스를 마련해 부정선거 의혹을 설파했고 예비역 단체인 KAFSP 역시 지난해 총선 이후 부정선거 수사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낸 단체입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취재팀은 챈이 이 단체들의 회장·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다만 챈을 접촉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는 미국에 거주 중이며 연락처도, 메일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챈의 비서실장 역할을 한다는 이모씨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이씨 역시 세 단체에서 사무총장·기획실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는 "부정적인 기사를 쓸 거면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부정선거론에 동조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목소리가 커지게 된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특히 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21대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부정선거론자들을 규합하려는 시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도 2020년 미 대선에서 패배한 뒤 부정선거 주장에 목소리를 높였으니까요.

그러던 중 챈이 한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그동안 챈은 국내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이같은 활동을 하는 것인지 듣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오후 2시30분쯤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타워에 위치한 KAFSP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켜온 극우 신문 '스카이데일리'가 100여장 가까이 쌓여 있었습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12일 이 매체의 보도 6건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립니다.

KAFSP 사무총장은 "회장님이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건물 18층에 KCPAC 사무실이 있었던 겁니다. 추후 부동산 등기를 떼보니 이 사무실은 한미동맹USA재단 사무실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부정선거 의혹을 알리는 이유

지난 1일 애니 챈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타워에 위치한 KCPAC사무실. 애니 챈은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사진 촬영은 극구 거부했다. 구현모 기자


챈의 첫 마디는 "애니 챈이 누구인지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였습니다. 녹취는 허락했지만 사진 촬영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챈은 자신은 IT회사를 운영한 사업가이며 홍콩 출신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일 뿐 정치 활동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적인 욕심은 없고 정치인들과 친분도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행사장에서 만나 "여사님 굉장히 아름다우세요"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치 활동가들이나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굳은 신념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2019년 KCPAC 개회사에서 "한국이 지금 공산주의 북한에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좌파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국민들도 좌편향 됐다는 게 이유입니다.
부정선거를 부인하는 사람은 공산주의를 지원하는 세력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챈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재외동포들 사이에서 최고 영예직으로 꼽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이때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현재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입니다. 그는 2020년 KCPAC 행사장에서 연설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가 만든 단체가 여는 행사마다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얼굴을 비췄습니다.
챈은 자신이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하와이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자는 제안을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평범한
재미동포라면 어떻게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을 제안할 수 있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챈이 만든
한미동맹USA재단은 주한미군전우회를 지원하는 한미동맹 재단의 자매단체처럼 보입니다. 이에 대해 한미동맹 재단 고위 관계자는 "USA 재단이 한미동맹 재단 지부로 들어오고 싶어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
챈과 함께 활동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尹 구하러 올 것이란 믿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1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챈이 만든 KCPAC 등 단체들은 보수 유튜버, 예비역 장성, 강성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론을 확산시켰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거리에 나와 부정선거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지지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KCPAC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이런 믿음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념 성향이 약한 트럼프가 한국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CPAC과 공화당 지지그룹은 맞지만 다른 이익집단과 비교해봤을 때 영향력 있는 집단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저 후원을 많이하는 지지자 그룹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KCPAC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덕분입니다. 매번 거액의 금액을 후원하는 단체들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습니다.

"왜 인터뷰에 응했을까" 챈과 대화를 마칠 때쯤 불연듯 들든 생각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를 해소하고 싶었을 수 있지만,
그는 윤 대통령의 계엄은 정당했고 부정선거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음지에 있던 부정선거론이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양지로 나온다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한미를 오가며 수사기관과 대법원에서 검증이 끝난 부정선거 의혹을 퍼트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여권 관계자는 "
이들이 지지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 같다
"고 말했습니다.

여권 역시 부정선거 음모론에 단호히 선을 긋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표가 되는 집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
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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