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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공수처 출석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고개를 들 수 없네요. 미안합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직후로 기억합니다. 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사과에 용산 대통령실 직원 400여 명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한국일보가 취재해 보도한 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조차 계엄 계획을 알지 못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말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연금개혁과 같은 중차대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직원들, 원전·방산 성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던 참모들, 트럼프 2기를 맞아 대외 전략을 고민하던 비서진들. 2024년을 살던 이들 중 불법계엄을 찬성했을 이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2024년 12월 17일)됐습니다. 곧바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지요. 이후 두 달이 지났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섬으로 남아 있는 대통령실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행정권과 사법권에 비해 입법권이 특별히 남용되고, 남발되고, 과도하게 행사되면서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 헌정질서가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발동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정 실장의 6일 국회 청문회 발언에 대통령실의 기류가 압축돼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출입기자들과 접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해지는 내부 분위기는 ‘
오죽했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탓’, ‘헌재의 불공정 심리
’ 등의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계엄 사태 이후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건너뛰고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겨냥하며 윤 대통령 구명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대통령실은 당과 입장이 다릅니다. 지지자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당장의 표(이익)를 위해 태도를 바꾸는 의원들과 달리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 이익을 넘어 운명까지 함께합니다. 지금은 용산을 떠나 있는 전직 참모는 “
의원들은 언제든 태세 변화를 할 수 있지만
참모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나 되지 않으나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것을 가정해 준비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선 탄핵 이후 여당 지지율이 상승세로 나타나고 있는 여론조사, 탄핵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를 예의주시하며 희망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엔 개인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
대통령실에 있는
늘공(늘 공무원)은 부처로 복귀하면 그만이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
대통령실 내부는 열패감, 분노, 걱정 등이 혼재돼 있다
”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1월 4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를 붙잡고 있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기억’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은 과거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이 풍비박산한 기억 때문에 뭉치고
있다면, 대통령실은 과거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후회로
괴로워하고 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 소추안을 인용했을 때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예상도 못했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참모도 아무 소리 내지 못하고 파국을 맞았다. 주변을 놓친 대통령, 그걸 막지 못한
참모들의 책임이지만, 이른바 찍소리조차 하지
못했다
.” 당시 청와대 직원의 기억입니다.

이 시점에 대통령실 참모 면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되기 전, 밤새 윤 대통령 곁을 지켰다는 참모들 이야기입니다. ‘누군 의리가 있네, 없네’, ‘누군 불법계엄을 옹호하네, 마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참석자 면면을 다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때 용산의 비선이라고 지적됐던 ‘김건희 라인’ 참모보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참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장순칠 제2부속실장, 정호윤·정호성 시민사회수석실 2·3비서관, 그리고 탄핵된 윤 대통령을 보필하고자 사표를 낸 최진웅 전 국정메시지비서관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 탄핵을 바로 옆에서 경험했던 인물들입니다. 그날의 상황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계엄에 대한 평가를 떠나 현직 대통령 체포를 앞두고 도리를 다하자는 연민 같은 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은 당일 새벽 직접 버터에 구운 식빵에, 베이컨과 달걀프라이를 넣고 케첩을 바른 샌드위치를 이들에게 직접 대접했고, 부탁도 하나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없어도 관저에 자주 종종 와 달라.”
김건희 여사를 돌봐달라는 취지였다고 참석자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묵묵하게 윤 대통령 곁을 지키는 참모 몇몇이 부각되고 있는 게 대통령실 어공들의 분위기를 다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5월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배석해 있다. 연합뉴스


분명 대통령실의 대응도 과거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은 불법계엄 사태 이후 15일 현재까지 탄핵 국면에서 나온 야당 정치인들의 주장, 혹은 관련 기사와 관련해 9차례 공개적으로 반박 입장을 냈고, 언론사와 정치인들을 상대로 6차례 형사 고발을 진행한다는 공지를 냈습니다. 이슈에 대한 반박 입장문이 처음 나온 건 지난해 12월 31일, 첫 고발은 지난 1월 3일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부정 선거론’, ‘민주당 독주’ 등을 주장하며 불법계엄이 정당했다고 강변하기 시작한 뒤 보수 여론이 결집하고 야당의 지지세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칩니다.

물론 대통령실 내 다수 직원들은 여전히 참담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위깁니다. 대통령실도 로키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일 비서실장 주재 참모 회의를 열고 회의 내용에 따라 수석실마다 별도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때
일부 강성 참모들은 탄핵 반대 여론에 호응해
대통령실도 이제 적극 나서자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참모가
‘일반 여론을 감안해 자중해야 할 때’
라는 취지로 막아선다고 합니다. 한 관계자는 “계엄을 옹호할 수 없다는 건 안다”면서도 “그러나 수사나 헌재 심리 과정에 대한 지적, 야당의 무책임한 독주에 대해서는 분명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도산공원 연재 문패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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