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헌재 나온 군인들의 증언 어땠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왼쪽) 이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오른쪽)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정에 12·3 비상계엄에 관여된 다수의 군인들이 증인으로 나온 가운데, 비상계엄을 바라보는 군인들의 입장도 다양했다. ‘증언 거부’로 일관하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바꾸는 군인이 있는 반면, 윤 대통령의 지시를 소신있게 증언한 군인도 있었다. 지난 13일 8차 변론기일까지 심판정에 나온 군인은 총 14명으로, 이 가운데 군복을 입고 법정에 선 군인 증인은 총 5명이었다.

핵심 사령관들은 침묵·부정

계엄 실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령관들은 ‘침묵’이나 ‘부정’으로 일관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지난 4일 열린 탄핵 5차 변론기일에서 국회쪽 대리인단이 계엄 당시 상황에 관련해 질의하자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며 “답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일관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휘하 부대를 국회에 투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계엄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6일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 전 사령관은 90분간의 증인신문 동안 89차례나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나’라는 윤 대통령쪽 질문에는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진술을 거부할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마저도 부인한 것이다. 앞서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계엄 당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고, 특히 마지막 2차례 통화에서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치인 체포·구금 지시를 수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역시 말을 아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병력 출동 명령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시인하고 경찰에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증언은 거부했다. ‘정치인 체포 명단’을 김 전 장관에게 들었는지 등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형사재판에서 다투겠다”고만 답변했다. 여 전 사령관은 또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해 “증거 기록을 보면 이와 전혀 반대되는 진술도 많다”며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쪽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상관 대신한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받았다” 부하의 진술

반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이어간 군인도 있었다. 지난 6일 6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국회의사당 안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시 대상이 국회의원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정확히 맞는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게 맞나'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은 곽 전 사령관에게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모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해제 의결안을 막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다.

상관을 대신해 심판정에서 증언을 해야 했던 군인도 있었다. 12·3 계엄 밤 국회에 출동했던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탄핵 심판정에서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지시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정형식 재판관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맞다. 12시45분경인데 그렇게 임무를 부여받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그 임무는 변경됐다”고 말했다. ‘본인 해석이 아닌 수방사령관의 지시였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진술이 이렇듯 엇갈리며, 심판정에서는 ‘불행한 군인’과 ‘고마운 군인’이라는 다양한 표현들도 등장했다. 이 전 사령관 증인신문에서 국회쪽 대리인이 “증인이 그 상황, 지위에 있어서 불행한 운명에 처한 안타까운 군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전 사령관은 “불행한 군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군복 입는 사람한텐 좋지 않은 표현”이라며 “저는 군에 대해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저의 역할은 저를 통해서 다음 세대,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선례와 모범이 되길 바라는 목표로 살았다”고 발끈했다. 조 단장 역시 심판정에서 ‘후배 군인’들을 언급했지만 내용은 다소 달랐다. 조 단장은 윤 대통령쪽이 ‘의인처럼 행동한다’고 비꼬자, “저는 의인이 아니다. 저는 경비단장으로 제 부하들의 상관”이라며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 때문에 거짓말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쪽 대리인은 조 단장에 대한 증인신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조 단장에 대해 “아주 반듯하고 고마운 군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같은 계엄의 밤을 겪은 군인 선·후임이 ‘불행한 군인’과 ‘고마운 군인’이란 평가를 마주한 셈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660 경찰 "배우 김새론 유서 발견된 것 없다…변사처리 예정" 랭크뉴스 2025.02.17
43659 경찰 "尹부부 딥페이크 내사 착수…전광훈 내란선동 법리검토" 랭크뉴스 2025.02.17
43658 '반탄' 손현보 목사 "이재명 독재 막아야...광주, 손절해달라" [인터뷰] 랭크뉴스 2025.02.17
43657 권영세, 헌재 결정 전 윤석열 하야 가능성에 “현실적으로 고려 안 해” 랭크뉴스 2025.02.17
43656 SNS에 국화꽃 사진 한 장씩…故 김새론 비보에 추모 물결 랭크뉴스 2025.02.17
43655 “머스크가 아이 아빠”… 20대 여성, 5개월 전 13번째 아이 출산 주장 랭크뉴스 2025.02.17
43654 "아이 낳으면 최대 1억"…크래프톤, 직원에 파격 출산장려금 랭크뉴스 2025.02.17
43653 [단독]이재명, ‘삼프로TV’ 출연한다…상속세 등 ‘우클릭’ 여론전 강화 랭크뉴스 2025.02.17
43652 창원지검, '공천개입 의혹' 서울중앙지검 이송해 수사 랭크뉴스 2025.02.17
43651 전 국정원장 “김건희-국정원 연결 비정상…난 영부인 문자 받은 적 없다” 랭크뉴스 2025.02.17
43650 이철희 "보수, 지려고 작정"…박성민 "보수, 이기는 후보 낼 것" [탄핵정국 긴급 대담] 랭크뉴스 2025.02.17
43649 권영세 "윤석열 하야,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아‥옳은 방법 아냐" 랭크뉴스 2025.02.17
43648 권영세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 과도한 조치였다” 랭크뉴스 2025.02.17
43647 군인권센터 "조정래 서울청 공공안전차장, 부하들에게 '尹 찬양가' 시켜" 랭크뉴스 2025.02.17
43646 권영세 "尹 하야,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아…옳은 방법 아냐" 랭크뉴스 2025.02.17
43645 '명태균 의혹' 관련자 추가 기소…남은 사건 서울중앙지검 이송 랭크뉴스 2025.02.17
43644 “한국의 경제 성장 재역전” 日 성장률 4년 만에 최저 랭크뉴스 2025.02.17
43643 [속보] 개인정보위 “딥시크 앱 국내 서비스 잠정 중단” 랭크뉴스 2025.02.17
43642 지난해 '월급쟁이'가 낸 세금 60조 원 돌파‥법인세는 감소 랭크뉴스 2025.02.17
43641 개인정보위 "딥시크 국내 신규서비스 중단…개인정보 정책 미흡" 랭크뉴스 20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