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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지구대 석영진 경장 "쉽게 오지 않는 봉사 기회 잡아 다행"
2만분의 1의 확률로 유전 형질 일치한 환자 나와 곧바로 기증 결정


(경기 광주=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현직 경찰관이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造血母)세포를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 시술을 받고 있는 석영진 경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5일 경기 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2007년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을 한 경안지구대 석영진 경장은 17년 만인 지난해 9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자신과 유전 형질(HLA)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 혈액, 탯줄에서 발견되는 특수세포로 신체에 항상 일정한 수의 혈액세포가 존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백혈병 같은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가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혈액세포를 만들어 냄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유전 형질이 일치할 확률이다. 유전 형질이 다른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을 경우 신체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거부반응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유전 형질이 일치할 확률은 친부모자식 관계라고 해도 5%로 매우 낮고, 친형제 자매의 경우라도 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연관계가 아닌 타인과 일치할 확률은 0.005%, 즉 2만명 가운데 1명꼴이다.

이 때문에 제삼자를 통해 조혈모세포를 기증받기란 매우 어렵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발표한 2023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는 총 7천136명이고 이들의 평균 대기일은 2천282일(6년 3개월 남짓)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는 42만6천246명이지만, 최근 1년간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 환자를 찾아 실제 기증이 이뤄진 것은 574건(희망자의 0.13%)에 불과하다.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석 경장에게 17년 만에 첫 연락이 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평소 혈액암 환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던 석 경장은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아 유전자 확인 검사와 건강 검진 등 기증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어 환자 측에서 이식 준비 등을 위해 올해 1월 기증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왔고, 석 경장은 지난달 중순 2박 3일에 걸친 시술을 받아 조혈모세포 기증을 완료했다.

석 경장은 "기증을 위해선 시술 전부터 골수 촉진 주사를 여러 번 맞아야 하고 개인 일정도 비워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술 일정을 잡았는데 모두가 응원과 함께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 후 세포를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 세포가 적정 수치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석영진 경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007년 3사관학교 복무 시절 헌혈 버스를 찾아 헌혈하던 중 옆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을 보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기회라고 생각해 등록했다고 한다.

평소 헌혈을 자주하는 석 경장은 경찰 공무원의 길을 결심한 것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기회도 마냥 쉽게 오지만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생명을 선물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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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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