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자유연대 산란계 복지 토론회 개최
국내 산란계 93%는 A4용지만 한 공간에서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사육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복지인증 달걀에 해당하는
달걀 껍데기 '2번 달걀'
의 노른자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가 '
3번 달걀'보다 절반 수준
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번 달걀을 낳는 닭이 상대적으로 만족감, 편안함 등의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동물복지국회포럼
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
는 2번 달걀(다단식 평사·에이비어리)과 3번 달걀(개선된 케이지)을 낳는 산란계 복지와 달걀 상태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난각(달걀 껍데기) 표시제상 1~4번으로 나뉘는 달걀 사육환경은
1번 자유 방목, 2번 다단식
평사나 소규모 평사, 3번 개선된 케이지(0.075㎡/마리), 4번 기존 케이지(0.05㎡/마리
)를 각각 의미한다. 이 중 1번과 2번은 동물복지로, 3번과 4번은 배터리케이지(밀집사육)로 분류된다.달걀 껍데기 맨 마지막 번호는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떤 사육환경에서 자랐는지 보여준다.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캡처
윤 교수에 따르면 2번과 3번 달걀의 난황(달걀 노른자)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
코스테론(corticosterone) 농도를 분석
한 결과, 3번 달걀 호르몬 수치(230pg/㎎)가 2번(120pg/㎎)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환경에서 48주령 닭이 낳은 달걀을 비교한 결과다.또 행동학적, 신체적, 생리학적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
케이지 사육이
다단식 평사 사육에 비해 행동 제약에 따른 산란계 복지 수준이 더 떨어지는 것
으로 평가됐다. 감정 분석 결과 다단식 평사 사육 닭들이 만족감, 편안함, 행복감 등의 상태를 보인 반면 케이지사 사육 닭들은 지루함,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다단식 평사 사육이 케이지 사육과 비교했을 때 동물복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동물복지 농장에서 길러지는 닭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횃대에 오르거나 모래 목욕을 할 수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반면
3번 달걀은 2번 달걀보다 더 무거웠다
. 이는 케이지사에 있는 닭들의 경우 움직임이 적고, 더 많은 에너지를 달걀 생산에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은 사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외형 평가에서 깃털 손상, 발바닥 변형과 같은 증상이 더 높게 나타났다.소비자들, 비싸고 판매처 없어 동물복지 달걀 구입 주저
더불어
소비자들은 난각번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물복지 달걀 판매처가 많지
않고 비싼 가격으로 동물복지 달걀 구입을 주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은 마크로밀엠브레인
매니저
가 발표한 '동물복지 달걀 시장의 구매 빅데이터 및 온라인 설문 결과'를 보면 동물복지 달걀의 난각번호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경우는 18%였다. 또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일반 달걀보다 가격이 비싸서'(49.6%)가 가장 많았고 '동물복지 달걀 판매처가 주위에 없어서'(24.7%)가 뒤를 이었다.산란계 동물복지농장에서 길러지는 닭은 전체 3.9%에 불과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현재 동물복지 축산농장 비중이 가장 높은 산란계도
전체 사육농장 중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의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
하다. 또 산란계의 최소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하는 축산법 시행령은 달걀 공급과 가격안정을 이유로 올해 9월에서 2027년 9월로 2년 유예된 상태다.연관기사
• 달걀 공급만 되면 그만? 사육 규제 완화에 닭 복지는 어디로(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2517220003024)
한편 소규모 평사 농장과 대규모 다단식 평사 농장이 같은 난각번호 2번을 부여받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국중인 한국동물복지축산협회장
은 "사육환경이 다르므로 난각번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이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는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다단식 평사 방식도 포함돼 있다"며 "국내 90% 이상 닭들이 케이지에 갇혀 있는 현실에서 현재 동물복지 인증제가 닭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