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조 지시’를 처음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 “(당시) 조태용 국정원장이 미국 출장 중인 것으로 오해하고 홍 전 차장에게 부득이하게 전화한 게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 같다”며 홍 전 차장에게 ‘체포조 운영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전 조 원장과 통화를 했고 당시 조 원장은 ‘내일 미국에 간다’고 답한 상황이어서 ‘미국 출장으로 조 원장이 부재 중이었기 때문에 홍 전 차장에게 대신 전화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1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8차 변론기일에는 조태용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으로 이날 헌재에 나와 “홍 전 차장의 메모와 증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가진다”고 답변했다.

조 원장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발언권을 얻어 직접 마이크를 잡고 20분 동안 말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의 해임 사유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 문제로, 비상계엄 당일 밤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조 운영’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분명한 사실은 벌써 몇달 전부터 (홍 전 차장이)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해서 조 원장의 신임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며 “홍장원 본인도 이미 자기가 국정원장한테 많이 눈밖에 나고, 신뢰를 잃었단 걸 본인이 알 수 있었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이 ‘체포조 운영 지시’가 내려온 통화라고 주장하는 12·3 비상계엄 당일 밤 통화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니 (국정원장의) 해외 출장 때 국정원 해외담당파트가 경호 정보에 대해서 협조를 하니까 격려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계엄과는 관련이 없는 통화라는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홍 전 차장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에서 ‘비상계엄시 방첩사 업무를 지원하라’고 이해한 부분에 대해서도 “방첩사령관과는 (홍 전 차장이) 육사 선·후배니까 육사 선·후배 차원에서 방첩사 지원을 잘해줘라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시를 국정원장이 아닌 홍 전 차장에게 직접 한 것에 대해선 ‘조 원장이 미국 출장 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윤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이 통화하기 전 자신과 통화할 때 ‘미국에 내일 간다’는 말을 윤 대통령에게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비상계엄 당시 조 원장이 국내 부재중 상태가 아니란 것을 윤 대통령이 알고 있었고,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체포조 지시를 했다면 홍 전 차장에게 약점이 잡힌 것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해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야기도 꺼냈는데, 지난해 12월6일 한동훈 대표가 국회의 탄핵 소추 움직임 등과 관련해 자신을 찾아왔을 때 일부러 홍 전 차장의 해임안을 재가하는 모습을 한 대표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홍장원한테 그런(한 대표 등 체포) 지시를 했다고 기사가 나서 오해가 생기니 ‘이거 봐라. 홍장원한테 약점 잡히면 내가 재가를 하겠냐’(는 취지로) 한 대표에게 재가하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에 있었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이날 반박했다. 신 실장은 11일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3월 말께 자신은 조 원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났고, 윤 대통령이 ‘비상조치’ 이야기를 꺼내 자신이 반대 입장을 냈다’고 증언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날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에 대사로 보내고 아그레망까지 받았는데 ‘런종섭’이니 하면서 본인도 인격모욕까지 당해서 (호주로부터) 수주도 못받았다. 우리한테 중요한 거였는데 그 얘기를 하다가 화가 많이 난 것”이라며 비상 조치 이야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이었다.

이런 반박들을 내놓으면서 윤 대통령은 국회 소추인단의 주장에 대해 “어디 뒷다리 잡는 이야기를 소추인 측에서 많이 하신다”고 치부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도 “나의 기억력은 아주 정확하다. 홍 전 차장과는 식사를 한 적이 딱 한번 있다. 그런데 홍 전 차장은 자신이 대통령과 자주 술을 마시고, 대통령과 가깝다고, 대통령 부인과도 가깝다고 얘기를 하고 다닌다. 공직 위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 전 차장의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541 “잘 드는 칼” 찾은 살해 교사…과거 표창 등 ‘9회 수상’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40 조태용, 계엄 무렵 김건희 여사와 문자... 내용은 안 밝혀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9 “월급 나눠갖자”…대리 입영 20대 생활고 참작 선처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8 "민주당 검은 커넥션" "완벽한 거짓말"… 곽종근 회유설 '진실 공방'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7 박지원, 崔대행에 "내란수괴 위해 짱구노릇"…여야 고성 설전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6 ‘故박원순 성희롱’ 항소심도 인정…“인권위 결정 타당”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5 조태용, 계엄 무렵 김여사와 문자…“자주 있는 일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4 봉지에 아기 시신…집에서 낳았는데 남편도 자녀도 모른 까닭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3 토트넘 찾은 찰스 3세 “팀 괜찮나요?”, 손흥민 “힘든 순간이지만 노력 중” [현장영상]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2 "계엄 당일 김건희와 문자했네" 빈틈 찔리자 순간 먼 산을‥ [현장영상]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1 “직접 물을 순 없느냐” 요구했다가 제지 당한 尹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30 日 혼다-닛산 '세기의 합병' 결국 두달만에 철회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9 아들이 흉기로 아버지 찌른 뒤 자해…한밤 아파트서 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8 尹 '비상한 조치' 언급했나…"호주 수주 불발에 화난 상황"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7 아들이 아버지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밤 아파트서 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6 "작은 손으로 발버둥 친 듯" 하늘양 몸에 남아있던 '방어흔'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5 3월부터 승인된 보조배터리만 기내 반입···충전 행위도 금지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4 [속보] 대만 타이중 백화점서 폭발 사고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3 “서울 모든 중학교에 폭탄”…일본어 협박 팩스에 경찰 수사 new 랭크뉴스 2025.02.13
46522 尹 "나도 반주 즐겨 안다, 홍장원 술마셨더라"…체포조 지원 반박 new 랭크뉴스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