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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과도한 일반화 안돼”
환자 100만명… 치료율은 11%뿐
편견에 병 감추게 되면 악순환
국민일보DB

직장인 A씨(37)는 지난 10일 발생한 김하늘양 피살 사건 후 가슴 철렁한 일을 겪었다. 우울증 치료차 3개월간 휴직하고 지난달 복직했는데, A씨 상사가 김양 사건을 언급하며 “혹시 상태가 언제든 다시 안 좋아지면 휴직기간을 늘려도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일종의 배려 차원에서 한 말이었겠지만 A씨에게는 그 말이 비수처럼 와서 꽂혔다. A씨는 12일 “혹시 김양 피살 사건 때문에 상사가 저런 말을 꺼냈나 싶어 기분이 찜찜했다”며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지만 한 번도 타인을 공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우울증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40대 교사의 범행 원인으로 우울증 등 특정 정신질환이 지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효과’가 커질 수 있고 환자들도 치료를 받는 대신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며 숨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이상동기 범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울증 환자가 범행했다는 식의 설명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말했다. 이어 “벌써 환자들이 ‘잘못하면 내가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것이냐’ ‘이웃의 시선이 걱정된다’고 토로하는데 우울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강화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이번 사건 가해자는) 심한 우울증에 더해 다른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우울증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 치료 대신 병을 감추도록 환자들을 몰아가는 분위기가 될까 우려한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번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오히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는 100만32명으로 2018년(75만3011명)보다 32.8%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다만 가해 교사의 질병 휴직과 복직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질병 휴직을 냈다가 20여일 만에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교사가 휴직과 복직 신청 때 진단서를 써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동일 인물로 파악됐다.

우울증은 증상이 지속되지 않고 일정 기간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패턴도 있다. 이걸 ‘삽화’라고 하는데 일시적 판단보다 꾸준한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백 교수는 “이번 사건에 앞서 피의자의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복직 및 휴직과 관련한 전후 상황,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과 의무기록 등 전반적인 것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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