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리노 최초, 로잔 콩쿠르 우승…박윤재 ‘금의환향’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로잔 발레 콩쿠르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였어요. 지금까지도 우승했다는 사실이 안 믿겨서 매일 로잔에서 받은 상을 꺼내봅니다.”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우승한 발레리노 박윤재(16·서울예고)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윤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로잔에서 열린 로잔 발레 콩쿠르 결승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바르나, 잭슨, 모스크바, 파리 콩쿠르와 함께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대회다. 15~18세만 참가할 수 있어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1985년 강수진이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박윤재는 ‘한국 발레리노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데 대해 “로잔 발레 콩쿠르는 나와 발레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내 가슴팍에 자랑스럽게 달린 이름표로 남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꿈의 무대에서 긴장보단 즐거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잘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후회 없이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긴장해서 감정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즐긴 무대였다”고 말했다.
우승은 콤플렉스 극복 계기가 됐다. 그는 “다리가 두꺼워서 몸이 무거워 보인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또 평발이라서 다리에 쥐가 종종 나는 편”이라며 “하지만 로잔 콩쿠르에서 즐겁게 춤을 춰서인지 다리가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다. 무용수들을 보며 키가 크든 작든 자신의 매력, 가슴을 울리는 마음과 춤, 표현 등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다섯 살 때 누나를 따라 발레를 시작한 박윤재는 금방 발레에 매료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들어갔고 발레에만 푹 빠져살았다. 그는 “발레가 즐거웠고 발레에만 몰두했다. 다른 꿈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박윤재는 발레의 매력으로 ‘힘을 불어넣어준다는 점’을 꼽았다. “발레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발레 공연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잔 콩쿠르 입상자는 연계된 발레단과 학교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 박윤재는 “많은 오퍼와 기회들을 얻었지만 명확하게 어느 학교에 갈 것인지 답해드리기는 어렵다”며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에 돌아다니며 춤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