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통 인형에 나란히 그려진 트럼프와 푸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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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추진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고자세였던 러시아가 미국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변경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수감자 교환에 합의했고 미국에서 석방된 러시아인 한 명이 며칠 내 러시아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석방된 러시아인의 신원은 그가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구금됐다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함께 귀국한 미국인 마크 포겔을 직접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겔의 석방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지 않게 하는 관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크렘린궁은 일단 '냉담'하면서도 여지를 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런 합의가 전환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한 뒤 "현재 가장 낮은 수준에 있는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점진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체파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러시아 매체 뉴스.루에 "이는 러시아와 미국 간 긴밀한 관계를 향한 한 걸음이자 중요한 순간"이라며 "다가오는 양국의 중요한 작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한 양국 정상의 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는 말을 매우 아끼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안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성사되려면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는 동등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는 기반에서만 가능하다며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는 것을 서방이 이해해야 빨리 합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을 철수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즉시 휴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젤린스키 대통령과는 협상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과 협상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고 지난해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계엄령을 이유로 불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강경했던 러시아가 미국과 수감자 교환을 발판 삼아 우크라이나 평화 해법이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오는 20일에는 키스 켈로그 특사가 우크라이나를 찾는다. 오는 14일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참석한다.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포겔을 데리러 온 위트코프 특사가 전날 모스크바에 머물며 무엇을 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가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는 보도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말할 게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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