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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교외선 무궁화호 제2614 열차입니다. 우리 열차의 정차역은 송추, 장흥, 일영, 원릉, 그리고 대곡역입니다"

의정부역에 정차한 교외선 열차
[촬영 심민규]


지난 11일 오후 4시 57분께 개통된 지 한 달이 지난 교외선 열차가 의정부역에서 대곡역을 향해 천천히 출발했다.

플랫폼을 떠난 열차는 의정부 도심을 가로지르며 전철과 같은 선로를 공유하다가 이내 오랜 시간 방치됐던 옛 철길로 접어들었다.

20여년 가까이 쓰이지 않던 철길 위를 다시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차가 철길을 따라 이동하자 도로 위 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창문을 내리고 열차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길가에 서 있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오래된 기차의 귀환을 반겼다.

철길 건널목
[촬영 심민규]


철길과 맞닿은 건널목이 가까워지자 '땅땅땅' 기차가 온다는 경고음이 울렸고, 도로 위 차들이 멈춰 섰다. 철도 관계자가 차량을 통제하는 과거의 진풍경도 연출됐다.

도심을 벗어나 역을 지날 때마다 풍경이 달라졌다. 빽빽한 건물 사이를 빠져나오자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졌고, 역마다 스쳐 가는 공기가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을 품고 있었다.

열차는 군부대를 지나기도 하고, 산길 철로를 따라 시속 30~60㎞ 정도로 천천히 달렸다.

평일 오후 2량짜리 객차에는 3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 승객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교외선 일영역
[촬영 심민규]


이들은 창가 선반에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창밖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한때 붐비던 유원지는 한적한 공간이 되었다.

한 70대 어르신은 창밖을 향해 "아파트도 들어서고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몰라보겠다"라며 함께 탑승한 친구들과 이야기했다.

송추역과 장흥역을 지나 일영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하나둘 열차에서 내렸다.

이곳은 철근과 목조 기둥을 그대로 보존해 레트로(복고풍) 감성을 살린 역사로 다시 개장됐으며, 승객들은 기념사진을 남기며 옛 기차 여행의 향수를 느꼈다.

대곡역에 도착한 교외선 열차
[촬영 심민규]


의정부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승객은 "30년 전 기차를 타고 대학생 때 장흥유원지로 MT를 갔었는데 젊음과 낭만의 상징이었다"며 "다시 타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말했다.

열차는 50분을 달려 고양시 대곡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 열차 관계자들은 좌석을 다시 의정부 방향으로 돌려 또 다른 추억 여행을 준비했다.

이번에 부활한 교외선은 하루 왕복 4회 운행되며, 기본요금은 2천600원이다.

교외선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운행 횟수와 배차시간 등이 한계가 있다.

개통 초기에는 하루 이용객이 1천 명을 넘어서며 만석에 가까웠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이용객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교외선 열차 안
[촬영 심민규]


이러한 한계에도 교외선 열차에는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사람들, 그리고 달라진 풍경 속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20년 만에 다시 달리는 교외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간 속을 달리는 하나의 공간이었다.

대곡역에 내린 승객들
[촬영 심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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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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