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돌이킬 수 없는 결과, 반성하는 모습 없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 앞에 꽃과 편지 등 추모 물품들이 놓여 있다. 하상윤 기자
서울 도심에서 고속 역주행 사고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가 1심에서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차모(69)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용되지만 노역은 부과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돌이킬 수 없는 중대 결과가 발생했다"며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차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은 일상적 공간에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보다 중한 형을 구형해야 하지만 법률상 처단형 상한이 7년 6개월이어서 이같이 구형한다"고 밝혔다.
차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6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온 뒤 도로를 역주행하면서 인도로 돌진,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차씨 차량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7㎞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는 줄곧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낸 사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에 비춰 사고 차량 제동장치에 결함이 없었고, 차씨가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떼기를 반복하며 주행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의심할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