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대미 수출 50조 원
현대차·기아, 한국GM도 촉각
현지 생산 증대 등 대책 고심
국내 일자리 감소 우려도
현대차·기아, 한국GM도 촉각
현지 생산 증대 등 대책 고심
국내 일자리 감소 우려도
11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폭풍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은 국내 수출을 이끄는 효자다.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지만 당장 트럼프의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들어선 만큼 업계는 더 치밀하게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됐다.
"다음 타깃은 자동차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2024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445억 달러(약 65조 원) 흑자를 낸 데엔 자동차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자동차 143만 대를 수출
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47억 달러(약 50조 원)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 적자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부터
한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자동차 강국들과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고 싶어 했다
"며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공장을 늘리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차는 트럼프 입장에선 자동차 관세가 무역 협상 우선순위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국내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세 때문에 현지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차량 대수가 각각 약 64만 대, 37만 대에 달한다
. 이 중 한국에서 나가는 수출 물량 중 미국으로 가는 게 45%
에 달한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만 해도 GV70(전동화 모델) 정도를 빼면 모든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한다. 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한국GM)도 지난해 해외에 약 47만5,000대를 수출했는데 대부분은 북미 시장으로 향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정책 변화 등) 현재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해외 생산 늘릴수록 일자리는 타격
그래픽=이지원 기자
업계도 일찌감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공장에서 지난해 약 36만 대씩 생산
했다. 여기에 조지아주에 지은 새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릴 예정
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장벽에 대비해 미국에 팔 물량은 최대한 미국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미국 현지화를 기준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국, 유럽 등과 달리 일찌감치 미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여온 현대차그룹의 피해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미 현지 생산을 더 늘리라고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이럴 경우 국내 공장 가동 중단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입장에선 생산 시설을 옮기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이후 국내 관련 일자리 감소와 지역 산업 불황 등 국가 전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