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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의 춤을>과 게임이론

“나는 당신의 친구다. 당신도 영원한 나의 친구인가”

절벽에선 수우족 아메리카원주민 ‘머리에 부는 바람’이 그들을 떠나는 던바 중위, 아니 ‘늑대와 춤을’ 에게 외친다. 영화 <늑대와 춤을>은 개봉한 지 35년이 됐지만 올드무비팬이라면 영원히 기억할 대사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트로피를 휩쓸었다. 총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말 위에 탄 케빈 코스트너가 두 눈감은 채 두 팔을 벌리고 질주하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특별시SMC


1863년 동부전선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한 존 J 던바 중위는 서부 국경지대로 자원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과 서부개척을 동시에 하던 시절. 동부전선에 영국군이 있다면 서부전선에는 아메리카원주민이 있다. 던바 중위의 첫 부임지는 국경지대의 세즈윅 요새다. 하지만 요새는 폐허가 된 채 버려져 있다. 던바 중위는 지원부대가 올때까지 요새를 지키기로 하고 홀로 진지를 구축한다. 동료로는 전쟁 영웅의 포상으로 받은 말 ‘시스코’가 유일하다. 또다른 친구가 나타난다. 발이 하얀 늑대다. 기지 주변을 서성이는 이 늑대에게 던바 중위는 ‘하얀 양말’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다소 무료하지만 평화로왔던 일상은 수우족이 나타나면서 변곡점을 맞는다. 수우족은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백인의 출현이 두렵고, 던바 중위는 홀로 수우족에 둘러쌓인 상태가 두렵다. 마침내 그들이 맞닥뜨린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특별시SMC


<늑대와의 춤>은 개봉당시 평론가들이 흥행실패를 예상했다고 한다. 당시 케빈 코스트너가 큰 스타가 아니었을 뿐더러 원주민의 말을 영어자막으로 봐야하는 것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낯설었다는 것. 하지만 대자연을 담은 영상미와 아메리카원주민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아메리카원주민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은 이 영화는 2007년 미국국립영화보존국이 미 국회도서관에 영구보관하는 국립영화등재목록에 선정됐다.

던바와 수우족,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수우족은 요새에 던바 중위 한명 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위협만 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던바 중위가 죽을 경우 더 많은 백인들이 몰려올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던바 중위 역시 수우족에게 먼저 총을 쏘지 않는다. 혼자서는 그 많은 적을 대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던바 중위의 입장에서나 수우족 입장에서나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게임이론으로 보자면 내쉬의 균형이 이뤄진 셈이다. 내쉬의 균형이란 어떤 플레이어도 상대방의 전략이 주어진 상태에서 자신의 전략을 일방적으로 변경했을 경우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각자의 전략이 상대의 전략에 대해 최적의 상태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특별시SMC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 내쉬의 균형이 되는 게임이론으로 ‘억제게임(Deterrence Game)’이 있다. 억제게임은 상대방이 공격하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적 상황을 의미한다. 핵심은 ‘공격하면 손해가 크기 떄문에 서로 공격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 억제, 관세전쟁 같은 국제 관계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던바 중위와 수우족의 관계를 게임이론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료=챗GPT


· 던바는 실제로 싸울 능력이 없지만, 백인 군대가 복수할 가능성이 있음

·수우족은 이 위험을 감안해 던바를 공격하지 않음

·결과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 되어 평화적 대치가 유지됨

서로 경계만 하던 내쉬의 균형은 수우족 아이들이 던바 중위의 애마인 시스코를 훔치려 하면서 깨진다. 화가 난 던바 중위는 요새 지키기에서 공격하기로 전략을 바꾼다. 하지만 애초에 던바 중위는 수우족과 충돌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던바 중위는 이미 전쟁에 신물이 나있었다. 그가 바랬던 것은 수우족과의 공존이었다.

던바 중위는 우연히 남편을 잃고 자살하려는 ‘주먹쥐고 일어서’를 구한다. 알고보니 그는 백인여성. 어릴 때 포니족의 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수우족과 함께 자란 여인이었다. ‘주먹쥐고 일어서’를 구해주는 것을 계기로 던바 중위와 수우족은 가까워진다.

억제게임에서 협상게임으로

“타탕카!” “버팔로!”

영어로 버팔로는 수우족 언어로 타탕카였다. 던바 중위는 커피와 설탕을 선물하고, 수우족은 버팔로 가죽으로 화답하는 것을 계기로 양측은 급격히 가까워 진다. 평화적 관계를 맺고 싶어하던 던바 중위와 불필요한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수우족은 서로의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던바 중위와 수우족의 대치가 ‘비협조적인 게임’에서 ‘협조적 게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억제게임이 협상게임(Bargaining Game)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협상게임이란 두 플레이어가 합의하면 최대의 보상을 얻는 전략적 상황을 말한다. 즉 합의가 없으면 각자 최소한의 보상을 받거나 갈등이 지속된다. 미지의 두 주체는 초기에는 서로 공격할 동기가 존재하지만, 상호 확신이 부족해 신중하게 행동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신뢰를 쌓고 협력(공존)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이같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는 커피와 설탕, 버팔로 가죽이 던바 중위와 수우족간 대화와 소통을 위한 마중물이 됐다.

트럼프 전략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하면

억제게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협상전략이다. 트럼트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관세인상의 명분으로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불법이민과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마약인 펜타닐 문제를 내세웠다. 이에 멕시코와 캐나다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력반발했다. 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는 막판 미국과의 협상으로 전환했다. 미국도 기꺼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미국이라고 관세전쟁에 따른 부담이 없을리 없었다. 협상결과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강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시행 직전 관세 인상을 30일간 유예하겠다고 화답했다. 강경한 초기 입장을 취한 뒤 상대가 보복보다 협상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전략을 유럽과 아시아 등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우방에 대해 협박성 억제게임을 자주 쓰면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와 장기적으로 미국의 정치경제적 글로벌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특별시SMC


협상게임으로 전환한 던바 중위와 수우족은 공존을 택한다. 수우족 문화에 동화된 던바 중위는 이름을 ‘늑대와 춤을’로 바꾼다. 하지만 공존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군이 본격적으로 서부전선에 투입된 것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미군은 억제게임이 필요없었다. 아메리칸원주민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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