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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또 하향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 잡았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정국 불안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통상 분쟁이 확산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11일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2.0%에서 한꺼번에 0.4%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내수와 수출 증가 폭이 모두 축소될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차준홍 기자
내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DI는 정국 불안 때문에 가계 등의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기존 전망 1.8%에서 1.6%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데다, 건설업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이유로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인 -0.7%에서 -1.2%로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또 “미국 정책 변화로 통상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품 수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1.9%에서 1.5%로 내렸다.
KDI는 이번에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만 반영했다. 철강 관세와 상호관세 등 미국의 추가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 경제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수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쪽에 타격을 받는다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대해 정규철 실장은 “이미 1%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을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KDI는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정 실장은 “재정 적자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상당 폭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장세가 떨어진다는 건 재정만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법적인 추경 요건이 갖춰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제 상황에 비해서 여전히 고금리라고 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두세 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DI의 이번 예측치는 한국은행(1.6~1.7%)과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전망 평균(1.6%)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