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15일 예정 인질 석방 무기한 연기
이스라엘 "휴전 협정 위반했다" 비판 고조
휴전 깨질 위기에 가자 주민들 생필품 비축
트럼프 "가자 주민 수용 거부 시 원조 중단"
이스라엘 "휴전 협정 위반했다" 비판 고조
휴전 깨질 위기에 가자 주민들 생필품 비축
트럼프 "가자 주민 수용 거부 시 원조 중단"
10일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이유로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했다. 가까스로 유지되던 휴전 합의가 파기될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질을 풀어주지 않으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폭언으로 하마스를 자극해 살얼음판 같은 중동 정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가자지구 점령 구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며 이집트와 요르단에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 거부 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하마스 "이스라엘, 가자 주민 공격"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부 오베이다 하마스 알카삼여단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15일 석방 예정이던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 인질 인도는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된다"고 선언했다. 하마스는 1단계 휴전 협정에 따라 다음 달 2일까지 인질 33명을 풀어주기로 했고,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16명을 석방한 상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다"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이끄는 가자 보건부도 11일 "지난달 19일 휴전 발효 뒤 이날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92명이 숨지고 8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전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지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진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의무를 다한다면 수감자 교환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 휴전 깨질라 '불안' 증폭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10일 열린 인질 귀환 촉구 시위에서 한 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도 "휴전 협정 완전 위반"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인질 석방 중단 소식에 11일 오후 예정돼 있던 보안 내각 회의를 이날 오전으로 앞당겼다. 또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합의를 존중하며 이를 위반하는 어떤 행위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경고했다.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은 10일 가자지구에 배치된 병사들의 휴가를 취소했고, 국경 방어를 담당하는 부대 병력을 증강했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과 가자지구 주민들은 휴전이 깨져 전쟁이 재개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지난 8일 석방된 인질들의 앙상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며 "모든 인질을 빨리 구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칸유니스에 거주하는 주민 모하메드 유수프는 AP에 "사람들이 전쟁이 다시 시작될까 봐 식량과 필수품을 비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하마스, 인질 석방 안 하면 지옥 맛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위태로운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뒤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15일 정오까지 석방하지 않는다면 온갖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인질을 풀어주지 않으면 휴전이 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이스라엘을 대놓고 편들면서 하마스를 위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점령 구상'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팔레스타인 인접 국가인 이집트와 요르단을 지목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제공하는 원조를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을 주변국으로 영구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한때 백악관이 "일시적 이주"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영원한 이주"라고 쐐기를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개발이 완료돼도 주민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주거지를 제공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반발하고 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무장세력이 돼 이집트 땅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중동에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요르단도 가자지구 주민들을 받아들일 경우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요르단으로 몰아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미국의 군사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들로 꼽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원조 중단은 트럼프가 가진 좋은 협상 카드"라며 "이를 언급했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주를 추진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철회할 의사가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