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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시상식. 중국 선수가 금·은·동을 차지했다. 하얼빈/로이터 연합뉴스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남자 팀 추월 경기 현장은 장거리 선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분47초99의 기록으로 값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는데, 37살 이승훈이 3번 주자로 뛰며 후배 2명(정재원, 박상언)을 떠받친 결과였다. 장거리 선수들이 참여하는 남자 팀 추월은 3명의 선수가 일렬로 400m 트랙 8바퀴를 함께 뛰며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다. 3번 주자는 2번 주자가 1번 주자를 놓치지 않도록 밀어줘야 하는, 체력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 후배들 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이승훈이 그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팀 추월 은메달 포함, 겨울아시안게임 한국 최다 메달리스트(9개)가 됐다.

일본이 2진 선수들을 파견한 탓에 한중전으로 펼쳐진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1500m 이상 장거리에서 금·은·동을 여러 번 싹쓸이하며 아시아 최강 자리를 공고히 했다. 남자 1500m 금, 여자 1500m 금·은·동, 남자 5000m 금·은·동, 여자 3000m 금·은·동을 차지했다.

한국은 단거리 100·500m에서 이나현, 김민선, 김준호 등이 메달을 가져오며 빛나는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장거리에서 포디움에 올라선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이승훈은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남자 5000m에서 6분32초43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정재원은 6분39초48로 5위에 올랐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 동료들을 밀어주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은 이날 획득한 은메달로 9번째 동계AG 메달을 손에 쥐며 김동성(8개)을 제치고 한국 선수 역대 동계AG 최다 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하얼빈/연합뉴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들의 근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경기를 모두 지켜본 한 빙상 지도자는 “한국 빙속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장거리에서는 남자부 이승훈, 여자부 박지우가 힘을 쓴 데 비해 후배들이 잘 받쳐주지 못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는 “빙상 발전을 위해선 이승훈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배들을 본받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부족해서 많이 아쉽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역시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아직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후배들의 기량이 자신을 따라오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말에 “어린 선수 중에서 시즌 전체 기간 동안 훈련 과정을 다 소화하는 선수가 저를 제외하고는 아직 없다. 훈련을 강요할 수는 없기에 일단 좀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이 소화하는 훈련량을 20대 초중반 대표팀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1500m 이상 장거리 종목은 가성비가 안 나오는 종목이다. 극한의 체력 소모를 동반하기에 훈련 강도 역시 단거리에 견줘 높다. 1만m의 경우 트랙을 24바퀴를 돌아야 한다. 피지컬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이승훈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단거리 500m와 1만m는 훈련 강도도,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금메달의 가치는 동일하다 보니 선수들이 단거리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장거리는 기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대표팀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하얼빈/연합뉴스

한국 빙속의 황금기는 단거리와 장거리가 함께 빛날 때 찾아왔다. 단거리에서는 이상화·모태범, 장거리에서 이승훈이 ‘빙속 삼총사’로 불리며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성기를 열었다. 다양한 종목에서 의미 있는 성과, 새로운 인재가 나와야 스피드스케이팅의 저변 역시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30대 후반인 이승훈과 경쟁 구도를 설정할 선수조차 전무하다. 그래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까지 한국 빙속은 또 그에게 기대야 한다. 대표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얼빈/장필수 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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