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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 “우울증 낙인, 정신건강 위기 악화시킬 뿐”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8살 김하늘양이 숨진 다음날인 11일 오후 학교 앞에 추모객들이 김양을 기리는 조화 등을 놓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어린이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가운데, 가해 교사의 병명으로 알려진 우울증이 부각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1일 페이스북에 ‘우울증은 죄가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은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밝혔다.

나 교수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우울증을 앞세운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교수는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며 “10명 중 9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2023년 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환자 앞에서 우는 의사’라는 별칭을 얻은 정신과 전문의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8살 김하늘양이 숨진 다음날인 11일 오후 학교 앞에 김양을 추모하는 간식과 조화, 쪽지가 놓여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이날 같은 우려를 내놨다. 백 교수는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하고 슬픈 일이 생겼다”며 “이상동기 범죄일 가능성이 높고 충분한 조사가 진행되고 원인을 밝혀 다시 겪지 않을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백 교수는 이어 “그러나 가해자의 병력에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었다고 보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백 교수는 지난해 만들어진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을 소개하며 “권고 기준이 지켜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마련한 기준에는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되었어도,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기 전에 이를 암시해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이 사건·사고와 연관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범죄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정신질환을 범죄 동기·원인과 연관시키는 데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대전교육청은 가해 교사가 지난해 말 우울증을 사유로 6개월의 병가를 신청해 12월9일부터 병가 휴직에 들어갔으나 21일 만인 12월30일 복직했다고 밝혔다. 병가 전에는 2학년 담임이었고 복직 뒤엔 교과전담으로 근무했다고 교육청은 덧붙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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