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증인신문
경찰에선 "계엄할 상황이 아니었다" 진술
尹 앞에선 "고심 충분히 이해.. 반대 없어"
"위법해 만류한 게 아니라 정무적 부담 탓"
회의록 없는 걸 내란몰이 탓으로 돌리기도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증인신문
경찰에선 "계엄할 상황이 아니었다" 진술
尹 앞에선 "고심 충분히 이해.. 반대 없어"
"위법해 만류한 게 아니라 정무적 부담 탓"
회의록 없는 걸 내란몰이 탓으로 돌리기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불법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실재했으며, 회의록은 "계엄 후 행해진 내란 몰이 때문에 작성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만류한 건 이후 짊어져야 할 정무적 부담 때문이었지 계엄이 위헌·위법해선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함께 자리했던 다른 국무위원들과 상반된 인식일 뿐 아니라 자신의 수사기관 진술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7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 전 장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으로, 수사기관은 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해 이 전 장관이 이를 소방청장에게 하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후배이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및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함께 '충암파'로 분류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국무회의 있었다... 尹, 보안 때문에 미리 말 못한 듯"
이 전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주관부처 장관으로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가 유효하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위원들은 모두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법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작년 12월 3일에 국무의원들이 모인 것을 국무회의로 볼 것인지는 '12·3 불법계엄'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을 가늠할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누군가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해서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이 국무회의 개최를 지시했다"며 "국무회의가 아니라면 뭘 하려 계엄 선포를 30분 가까이 늦추면서 의사정족수 11명이 모이는 걸 기다렸겠느냐"고 주장했다.
국회 측이 '건의가 있기 전에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윤 대령령 측이 이에 "건의 때문이 아니라 보안 때문에 순차적으로 부른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이 전 장관은 뒤늦게 "지금 생각해보니 대통령이 굉장히 신중하게 이 일(계엄)을 수행한 것 같다"고 언급하며 "국무회의 한다는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도 보안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무회의 시작 시점에 대해서도 초반엔 "11명이 채워진 뒤 대통령이 정장을 갖춰 입고 대접견실로 와 앉았다"고 말했지만, 김형두 재판관이 "그날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중기부 장관은 '회의장 도착했을 때 이미 대통령이 말씀 중이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그때 경황이 전혀 없어서 시간 같은 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통상 국무회의 후 작성하는 회의록이 이번에 작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내란 몰이' 탓을 하며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에 '계엄이 내란이다'라고 몰아붙이면서 회의록 작성이 계엄에 동조하거나 계엄을 방조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담당자가) 회의록을 작성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수사기관 진술 뒤집어... "계엄 반대 의견 없어"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도 뒤집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모든 국무위원이 계엄 선포를 반대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날은 "찬성, 반대 의견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었고, 누구도 그런 워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45년 만에 계엄이 선포됐을 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지, 정무적 부담 때문에 대통령을 만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였을 뿐"이라며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에 찬성하는 국무위원도 있었다'고 말했던 김용현 전 장관의 증언과도 배치되는 진술이다.
계엄 선포 요건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은 경찰에서 "계엄할 상황이 아니다"거나 "대통령이 헌법을 초월해 무한정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정작 이날 윤 대통령 앞에선 "(계엄 당일) 대통령의 고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우리가 저렇게까지 같이 고민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솔직히 온몸을 바쳐 막아야 할 대상은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이 아니고 무차별 탄핵을 남발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사람들"이라고 강변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 원탁에서 '소방청장' '단전, 단수'가 적힌 쪽지를 봤다"면서도 "대통령이 이를 내게 보여주거나 구두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선 "만약 소방이 단전·단수를 할 경우,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며 "국민 안전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꼼꼼히 생각하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행안부 장관에겐 소방청을 지휘하거나 소방청장에게 지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