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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J-15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치고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착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군비 증강 열풍은 이제 한반도 주변까지 확대됐다.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급격한 군비 증강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쏟아져왔고, 중국이 수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만은 물론 미국과 일본 고위 관료들을 통해 제기되면서 서태평양 여러 나라들은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군비 증강에 나선 각국은 해군력 증강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더 크고 강력한 군함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강력한 군함 확보에 열 올리는 서태평양 지역 국가들



서태평양 지역의 해군 건함 경쟁은 해군 재창설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 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상전투함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던 필리핀은 신형 호위함 4척, 신형 초계함 6척을 중심으로 새로운 함대를 꾸리고 있다. 호위함급 이상의 중형 전투함이 없었던 인도네시아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2척의 6,000톤급 호위함을 구매했고, 7,000톤에 육박하는 이탈리아제 고성능 범용 호위함 6척 구매 계약도 체결하는 등 원양 작전이 가능한 함대를 새로 구성 중이다. 호주도 1만 톤급 호위함 3척과 다목적 호위함 11척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고, 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도 기존에 없었던 유형의 새로운 중·대형 함정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심지어 극빈국 북한조차도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4,000톤급 중반 추정 호위함을 건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우리와 바다를 맞대고 있고, 배타적 경제수역·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국이라서다. 이 때문에 우리 해군의 전투함은 적어도 이들 두 나라의 전투함과 비교해 최소한 대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해군이 배치하고 있는 주력 전투함들은 최근 급속도로 덩치와 성능이 확장되고 있는 중국·일본의 수상전투함들과 비교해 그 능력이 너무도 초라한 실정이다.

지난달 중순, 중국은 기존의 054A급 호위함을 확대·개량한 054B급 호위함 초도함을 취역시켰다. 054B는 기존 모델 대비 2,000톤 가까이 덩치가 커졌고, 이에 따라 레이더와 무장이 대폭 강화됐다. 054B에 탑재된 신형 레이더는 중국 최대의 구축함인 055형의 346B형을 축소해 회전식으로 만든 버전으로 탐지·추적 능력이 이전 함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지난해 6월 도끼와 칼 등으로 무장한 중국 해안경비대원들이 보급 임무 중인 필리핀 해군 선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의 수상전투함, 급속도로 덩치와 성능 확장



레이더 성능이 향상된 만큼 이와 연동해 사용하는 함대공 미사일 능력도 크게 강화됐다. 기존의 054A 호위함은 40㎞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HQ-16 함대공 미사일 32발을 운용했다. 이에 반해 신형 054B는 HQ-16B/C 모델을 탑재한다. HQ-16B는 70㎞, HQ-16C는 160㎞의 사거리를 갖는 신형 모델이고, 유도장치가 개선돼 더 다양한 공중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기존 054A 호위함이 자체 방어 능력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면, 개량형 054B는 함대 방공 임무 지원도 가능한 비약적인 성능 변화가 이뤄졌다는 말이다. 특히 054B는 전작에 비해 훨씬 대형화된 선체 덕분에 미사일 수직발사기를 추가로 설치할 여유 공간도 넉넉하다. 향후 판단에 따라 더 많은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054A급 40척을 도입했는데, 후속 모델인 054B는 올해 1월 말 기준, 최소 7척이 건조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중국 소식통들은 이 배가 20척 이상 건조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배가 북해·동해함대에 우선 배치되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수년 내에 우리 해군이 서해에서 가장 많이 조우하게 될 군함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23년 5월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 부산=연합뉴스


일본이 12척을 도입 중인 모가미급은 2,500톤짜리 소형 전투함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신형 전투함으로 그 덩치가 무려 5,500톤까지 커졌다. 일본판 미니 이지스 레이더로 불리는 OPY-2 AESA 레이더를 장착했고, 링크 16·22 전술데이터링크까지 갖춰 다른 군함·항공기와 협동 교전이 가능하다. 모가미급은 현재 사거리 50㎞의 ESSM을 주력 방공무장으로 탑재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양산되는 23식 함대공 미사일을 주력 함대공 미사일로 운용할 예정이다. 23식 함대공 미사일은 미국이 극찬한 03식 지대공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 120㎞에 달하는 긴 사거리와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모가미급은 이러한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Mk.41 수직발사기 16셀을 갖고 있는데, 수직발사기 설치 구역 좌우로 여분의 공간이 많아 발사기 수량을 32셀까지 늘릴 수 있다.

중국·일본 호위함은 적 위협 일찍 탐지·요격하기 위해 대공 미사일 사거리 확대



일본은 모가미급을 더욱 확대 개량한 6,500톤급 호위함인 신형 FFM도 올해부터 건조를 시작한다. 이 호위함은 레이더와 센서를 더욱 강화하고, Mk.41 수직발사기 숫자도 32셀을 기본으로 탑재한다. 레이더와 미사일의 성능 덕분에 100㎞ 이상 거리에서 방공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상자위대의 다른 방공함들과 함께 함대 방공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대형 호위함을 무려 12척이나 도입해 기존의 연안방어부대인 지방대 소속 중·소형 전투함들을 모두 대체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이 2선급 전투함이라 할 수 있는 호위함의 대공 무장 사거리를 100㎞ 이상으로 확장한 것은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음속·극초음속 대함 무기 보급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군함의 생존성을 보장하려면 최대한 일찍 탐지해 최대한 빨리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해군이다. 우리 해군도 최근 한국형 호위함들을 속속 배치하고 있지만, ‘최신예’라는 이 호위함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한숨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혹평을 받고 있는 인천급 호위함 6척은 현대적인 수상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퇴물’로 주변국을 상대로 한 해상 전투에서는 가치가 없는 배다. 8척이 배치된 대구급은 이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2020년대에 등장한 전투함치고는 전반적인 성능이 떨어지는 염가형 전투함이다. 이러한 비판 때문에 후속 모델로 등장한 충남급(FFX Batch-III)은 ‘미니 이지스’라는 별명에 맞게 고성능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를 달았지만, 함대공 미사일의 사거리가 20㎞에 불과해 최소한의 자체 방어만 가능한 수준의 방공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배가 ‘천리안’을 가졌으면서 ‘솜주먹’을 가진 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우리 해군이 남해상에서 실시한 첫 해상훈련에서 해군 3함대 호위함 경남함이 대함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제공


대한민국 해군만 거꾸로 가는 현실



현재 우리 군은 함대공유도탄-II라는 사업명으로 신형 함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는 하다. 충남급은 이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한국형 수직발사기 KVLS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통합 작업만 이뤄지면 어렵지 않게 이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 함대공유도탄-II가 한국형 호위함에 도입되더라도 16기에 불과한 발사기를 다른 4종류의 미사일이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탑재 가능한 미사일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충남급 호위함 후속으로 올해부터 건조가 시작되는 차기 호위함 배치-IV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이 배는 ‘차세대’지만 충남급과 사실상 동형이다. 그 어느 자료에도 이 배가 충남급보다 나은 대공 무장이 탑재된다는 내용은 없다. 모든 나라가 호위함의 덩치를 키우고 중·장거리 방공 능력을 부여하는 쪽으로 군함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해군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사업만 가면 된다”는 논리로 건함 사업을 수립·관리하는 방위사업청과 해군 내 고위 관료들 때문에 벌어진다. 해역함대에 배치될 호위함에 중·장거리 방공 능력을 부여하면 비용이 증가해 합참·국방부 논의 과정에서 사업이 엎어질 수도 있고, 차후 구축함급 이상 대형 전투함 도입 사업 타당성 검토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차세대 호위함’을 ‘구세대 호위함’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압도적인 성능 격차의 무기들이 전장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우리는 걸프전 이후의 전쟁 사례들을 통해 무수히 목도해 왔다. 바다로 나가봤자 전투함 구실도 못 하고 떠다니는 배에 ‘최신’ ‘최강’의 수식어를 붙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관료들에게 전쟁이 터져서 수십, 수백 명의 장병들이 희생됐을 때 그 책임을 질 각오는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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